[프라임경제] 전동화 전환이 가속되는 시장에서 브랜드의 선택지는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효율과 가격경쟁력에 집중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감각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MINI가 선보인 '디 올-일렉트릭 MINI 쿠퍼 SE 폴 스미스 에디션'은 후자다. 이 모델은 전기 파워트레인의 스펙 경쟁보다, 전동화 시대에도 MINI가 어떤 브랜드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선언에 더 가깝다.
이번 협업의 파트너는 폴 스미스(Paul Smith)다. MINI와 폴 스미스의 협업은 지난 1998년부터 이어져 왔다. 두 브랜드는 영국적 유머와 색채 감각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공유해왔다.
과거의 협업이 콘셉트카나 소규모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에디션은 양산 전기차에 디자인 철학을 직접 이식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전동화 플랫폼 위에 협업 정체성을 입힌 첫 본격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국내에는 100대 한정으로 도입됐고, 지난 1월 사전예약 개시 후 한 달여 만에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과 실구매가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디자인 협업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MINI 코리아가 추가물량 확보와 내연기관 기반 폴 스미스 에디션 도입을 예고한 배경에는, 전동화 여부와 관계없이 '에디션' 자체에 대한 수요가 확인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외관은 익숙한 MINI 쿠퍼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통해 차별화를 만든다. 루프와 팔각형 그릴 테두리, 사이드 미러 캡에 적용된 노팅엄 그린(Nottingham Green)은 폴 스미스의 고향에서 가져온 색이다.
루프에 더해진 시그니처 스트라이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에디션의 상징처럼 작동한다. 미드나잇 블랙 외장에는 유광과 무광의 대비를 활용한 스트라이프가 적용돼 절제된 긴장감을 준다.
18인치 나잇 플래시 스포크 블랙 경량 휠, 폴 스미스 레터링이 더해진 휠 캡과 테일게이트 손잡이, 다크 스틸 색상의 MINI 엠블럼은 전체 인상을 정돈한다. 문을 열면 바닥에 'hello' 문구가 투영된다. 이런 요소들은 자동차가 아닌 하나의 오브제를 다루는 방식에 가깝다.

차체 하단을 감싸는 블랙블루 밴드에는 폐어망 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다. 지속가능성 메시지를 디자인 안으로 흡수한 구성이다.
참고로 외장색은 전용 색상으로 새롭게 선보인 △인스파이어드 화이트(Inspired White) △스테이트먼트 그레이(Statement Grey) △미드나잇 블랙(Midnight Black) 총 세 가지로 제공된다.
실내는 협업의 정체성이 더 선명하다. 직물 소재 대시보드와 JCW 스포츠 시트에는 시그니처 스트라이프 패턴이 반복되고, 스티어링 휠 하단에는 동일한 그래픽 스트랩이 들어간다. 도어실에는 'Every day is a new beginning!'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플로어 매트에는 폴 스미스가 도안한 '폴스 래빗(Paul’s Rabbit)' 그래픽이 적용됐다. 폴 스미스 브랜드의 모토와 유머가 차량 곳곳에 배치됐다.
직경 240㎜의 원형 OLED 디스플레이에도 전용 배경과 그래픽이 반영됐다. MINI 애플리케이션 역시 에디션 전용 테마를 제공한다. 협업이 물리적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 확장된 셈이다. 전동화 모델에서 디지털 경험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이런 접근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동력계는 전기 MINI 쿠퍼 SE의 기본 구성을 따른다.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7㎏·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탑재됐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7초가 걸린다. 54.2㎾h 배터리를 통해 국내 기준 1회 충전 시 300㎞ 주행이 가능하다. WLTP 기준으로는 최대 402㎞다. 급속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 MINI가 강조해온 고-카트(Go-kart) 감각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에서도 유지된다.

안전 및 편의 사양도 상위 트림에 준하는 구성이다. 스톱&고 기능을 지원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어시스트를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서라운드 뷰와 리모트 3D 뷰를 지원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2존 자동 에어컨, 열선 시트와 운전석 마사지 기능,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등도 갖췄다.
디 올-일렉트릭 MINI 쿠퍼 SE 폴 스미스 에디션의 국내 판매가격은 5970만원(부가세 포함,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이다. 국고 보조금 396만원을 포함해 지자체 보조금까지 반영하면 최대 915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가격대는 프리미엄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감성 중심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구간이다.
이번 폴 스미스 에디션은 전기 MINI의 기술적 진보를 과시하기 위한 모델이라기보다, 전동화 시대에 브랜드가 어떻게 차별화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례에 가깝다. 전기차가 점점 표준화되는 환경에서 MINI는 협업을 통해 상징과 취향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성능과 효율이 평준화될수록 브랜드의 개성과 문화적 스토리가 중요해진다는 판단이 읽힌다.
결국 '디 올-일렉트릭 MINI 쿠퍼 SE 폴 스미스 에디션'은 전기 파워트레인보다 브랜드 서사를 앞세운다. 전동화 전환이 산업 전반의 공통 과제가 된 지금, MINI는 기술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색을 다시 칠하고 있다. 에디션 전략은 그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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