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묶인 보툴리눔 톡신…‘국가핵심기술’ 족쇄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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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를 재검토한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공정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안건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가핵심기술 보호위원회 상정 여부가 결정된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대표 사례다. 지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기술 수출은 물론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산업부의 사전 승인이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0년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균주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반면에 보툴리눔 톡신은 글로벌 다수 기업이 다수 상용화에 성공한 분야로, 균주 확보와 생산 공정이 전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보호 대상은 결과물보다 관리 체계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성형 분야뿐 아니라 근육 경직, 편두통, 사시, 다한증 치료 등 의료 전반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바이오 의약품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년 내 글로벌 톡신 시장이 수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수출, 합작법인 설립, 현지 생산 협력 등 다양한 글로벌 전략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현행 규제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 유치와 파트너십 체결을 지연시키는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 승인에는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된다. 심사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연간 900억~1000억원 규모의 기회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는 투자와 파트너십의 ‘속도’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이나 유럽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계약은 일정 기간 내 조건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승인 절차의 불확실성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해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규제 완화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제약사 18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2.4%가 해제에 찬성했으며, 이는 전년 70.5%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 자리에서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기술 지정은 선발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후발 기업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된다”며 “결국 국내 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규 칸젠 대표는 “2015년 창업 이후 국내 토양에서 독자 균주를 확보했지만, 등록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로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됐다”며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있지만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이나 연구개발 지원은 전무하다. 이름뿐인 규제보다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약품, 감염병, 생물안전 관련 법령과 기관에서 이미 관리되고 있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비교도 쟁점이다. 미국은 생물안전 관련 법령과 식품의약국(FDA) 허가 체계를 통해 안전성을 관리하되, 기업의 해외 투자나 기술 이전을 일괄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유럽 역시 품질·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만 별도의 사전 승인 제도는 두지 않는다. 중국은 보툴리눔 산업을 전략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기술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보툴리눔 독소가 생물학적 독성 물질인 만큼 균주 이전과 대량 배양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면 해제 대신 위험도에 따라 관리 강도를 달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산업부는 기술 환경 변화와 국가안보,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개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심의 결과에 따라 국내 보툴리눔 산업의 글로벌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속도가 경쟁력인 글로벌 시장에서 행정 절차가 장기화되면 정상적인 수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우회 방식이나 간접 수출을 시도하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 기업이 상용화에 성공한 분야”라며 “생산 공정 관리와 안전 통제는 필요하지만,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일괄 지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현재 산업 환경에 부합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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