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이 기업 가치 제고의 가장 강력한 트리거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리면서다.
이러한 가운데 자사주를 단순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각을 통해 실질적인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이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정부의 일갈 "자사주의 마법, 이제 그만해야 할 때"
정부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원천 차단한다. 지난 20일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면서다.
개정안은 소위 표결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7대 4로 가결됐다.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일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법 개정 이전에 사들인 자사주는 1년 반 이내 소각이 원칙이다.
자사주를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넘기지 못하도록, 자사주 역시 신주 발행 원칙과 같이 주주들에게 지분에 비례해 균등 처분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러한 정책적 기대감은 시장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군,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자사주를 20% 이상 보유한 기업들의 수익률은 최근 지수 대비 뚜렷한 초과 수익을 기록 중인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정부 정책에 따라 이들 기업이 대규모 소각에 나설 가능성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엔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일 상승 랠리를 달리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RX증권 지수 상승률은 99.5%. 전체 테마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KRX증권 지수는 국내 증권주 11개로 구성돼 있다.
개별 종목별 상승세도 가파르다. 2월 고가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은 미래에셋증권 228%, NH투자증권 109.1%, 한국금융지주 86.9%, 키움증권 77.6%, 삼성증권 66.6%, KB금융 39.2%, 메리츠금융지주 32.6%에 달한다.
대형사 대비 실적 개선세가 약한 중소형사들도 연초 들어 주가가 크게 뛰었다. 2월 고점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은 SK증권 218%, 대신증권 93.3%이다.

◆ 자사주 효과의 핵심 알고리즘 'ROE'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동력은 '자본 효율성'의 개선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고 자기자본이 축소된다. 이때 기업의 순이익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분모인 자기자본이 작아지기 때문에 ROE는 기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보유가 주가 상승의 '필요조건'이라면, 높은 ROE는 '충분조건'이라고 분석한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백테스트 결과, 단순 자사주 매입 전략보다 '12개월 선행 ROE 10% 이상' 조건을 결합했을 때 수익률의 강도와 일관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시장이 단순한 수급 이벤트보다 '이익 체력이 동반된 주주환원'을 더욱 고평가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별 반응 차이다. 코스피 시장은 자본 정책과 ROE 변화에 따른 멀티플(Valuation) 재평가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반면,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성장성과 업황 모멘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밸류업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한다면 코스피 우량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정빈 연구원은 "특히 ROE가 낮은 기업이 무리하게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경우, 단기적인 이벤트성 상승에 그칠 위험이 있다. 근본적인 이익 창출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본 축소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결국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주주환원도 잘한다'는 명제가 이번 밸류업 국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 주식시장이 주목하는 '유망 종목'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으면서도 선행 ROE가 10~20% 수준으로 우수한 기업들이 향후 시장의 재평가를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사주 지분율 및 선행 ROE 10% 이상 종목'과 '자사주 매입 상위 및 선행 ROE 10% 이상 종목'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자사주 지분율 및 선행 ROE 10% 이상 종목'에선 SK가 1순위로 꼽힌다. 지분율 24.8%, ROE 11.48%로 높은 지분율과 안정적 수익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지분율 23.1%, ROE 14.53%)은 최근 3개월간 150%가 넘는 주가 수익률로 강력한 모멘텀을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에스에프에이, 두산, DB손해보험, 삼성화재, 영원무역홀딩스 등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자사주 매입 상위 및 선행 ROE 10% 이상 종목'에선 삼성전자가 최우선으로 언급됐다. 압도적인 이익 체력(ROE 16.41%)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ROE 28.46%라는 경이로운 수익성과 함께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대표적 모델로 추천했다.
기타 종목으론 DB하이텍, KT&G, 크래프톤, 에이피알, 시프트업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현재의 자사주 소각 이슈는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기업의 '자본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 과정"이라며 "투자자들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규모'에 매몰되기보다, 그 자원을 소각해 ROE를 구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이익 창출력'을 가졌는지를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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