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시대, 심의·규제 재설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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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에서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주제로 제6회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제도개선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한민수(윗줄 왼쪽에서 세번째), 최민희(네번쩨), 황정아(다섯번쩨)의원이 참석했다. / 사진=김두완 기자
11일 국회에서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주제로 제6회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제도개선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한민수(윗줄 왼쪽에서 세번째), 최민희(네번쩨), 황정아(다섯번쩨)의원이 참석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AI 기술 확산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구조에 급변화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기존 매체 중심 규제 체계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정치권과 업계, 학계에서 동시에 제기됐다. 방송광고는 디지털로 빠르게 이동하는데 규제는 여전히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에 묶여 있고, 허위·조작 정보 확산 속도는 기존 심의 체계를 앞지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규제의 방향 역시 “막는 장치”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만드는 인프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AI 시대, 규제 패러다임 전환 요구

11일 국회에서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주제로 제6회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제도개선 포럼이 열렸다. 디지털미래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전범수 한양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발제자로는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과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나섰고, 토론에는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연구위원, 박세진 한양대 교수, 김현희 CJ ENM 부장, 이정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과장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민수 의원은 “미디어 이용은 스마트폰·OTT·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됐는데 규제 체제는 여전히 매체별 칸막이에 머물러 있다”며 “AI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퍼지는 속도와 규모를 기존 사업자 중심 규제로는 따라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호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도 “AI 시대 규제는 혁신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공정 경쟁과 신뢰를 만드는 인프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호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단상)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권호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단상)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포럼 발제에서는 AI 환경에 맞춘 심의·광고 규제 전환 필요성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먼저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은 방송광고 시장의 구조적 위기를 짚으며, 디지털 광고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동안 방송광고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급 확대 중심의 규제 완화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광고 수요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원칙적 모든 것 허용, 사회적 위해 등 예외적 금지 방식)로의 전환 △금지 품목 재검토 △데이터 기반 개인화 광고 제도화 △AI 광고 실험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제시됐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AI 허위·조작 정보 확산이 기존 심의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콘텐츠 생산 속도와 규모가 급증하면서 사후 심의 중심 모델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검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형 플랫폼의 자율규제와 중소 플랫폼 공동규제를 결합한 차등 모델을 제안했다. 아울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규정의 주기적 정비 등 유연한 규제 체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규제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쟁점들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전문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 비중이 낮아 광고시장 자체가 우호적인 구조가 아니다”라면서도 “방송광고는 콘텐츠 제작의 핵심 재원인 만큼 방송정책이 아니라 방송산업정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류·의료 등 금지 품목 규제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구조를 지적하며 상위 협의체를 통한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방송광고 규제와 AI 심의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11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방송광고 규제와 AI 심의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한양대학교 미디어학과 박세진 교수는 미국 광고 시장 사례를 들며 “AI 플랫폼이 광고주로 등장하고, AI로 제작한 광고가 초고가 슬롯에까지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아직 이런 실험조차 규제에 막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의 영역에서는 정부 개입이 곧 검열로 해석될 수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리터러시 교육 중심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업의 목소리는 보다 직접적이었다. CJ ENM 김현희 부장은 “광고주 설명회 현장에서 방송광고의 주도권이 이미 디지털로 넘어갔음을 체감했다”며 “규제만 풀어놓고 심의가 틀어막으면 과거 가상광고처럼 실효성을 잃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주류·의료 광고 완화 △타이틀 스폰서십 허용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광고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창작 영역의 일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측도 규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광고정책과 이정화 과장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이후 5년간 규제 개선이 지체된 점은 송구하다”며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공감대가 형성된 과제부터 법과 시행령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청자 보호와의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 과정에서는 규제 완화 이후의 설계 문제도 제기됐다. 플랫폼 기반 타깃 광고가 확대될 경우 실제 수익이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갈지, AI 심의 도입이 국가 검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등 새로운 갈등 요인도 언급됐다. 현장에선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수익 배분 구조와 심의 거버넌스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논의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 자체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이후의 제도 설계가 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AI 시대의 규제는 단순한 완화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시청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포럼 전반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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