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불안, 특별법 지연이 키운 관세 리스크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미 간 통상 합의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적용되던 15%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촉발 요인은 단순하다. 한국 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지연. 미국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기존 합의의 재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자동차업계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9일 성명을 통해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관세 인상 가능성이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투자와 수출 환경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관세율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가볍지 않다.

미국이 문제 삼는 지점은 관세 자체가 아니다. 이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 합의에는 전제가 있었다.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관리 체계를 법제화하고, 이를 통해 공급망과 투자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이다.


즉, 특별법은 관세 인하의 조건이자 담보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법 제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합의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커진다. 관세를 다시 25%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신호 역시, 단순한 압박이라기보다 협상 테이블로 한국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에 가깝다.

자동차산업은 한국 제조업 중에서도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관세가 10%포인트 오르는 순간, 수익성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특히 북미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현지 투자와 수출 전략을 병행해 온 완성차 및 부품 업계 입장에서는 관세 리스크가 곧 투자 리스크다.

자동차업계가 이번 사안을 통상 변수가 아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선투자를 감내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관세 정책이 다시 요동친다면, 투자 속도 조절이나 계획 수정은 불가피해진다.

이번 성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조속한 제정'이라는 표현이다. 법의 내용 자체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금은 법안을 다듬고 논쟁을 이어갈 국면이 아니라, 최소한 통상 파트너에게 '한국은 제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별법 제정 지연은 국내 정치 일정이나 절차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는 그런 내부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다. 미국은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법이 없으면, 약속도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가 성명 말미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한 이유도 명확하다. 이 사안은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상, 입법, 산업 정책이 동시에 맞물린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빠르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정리해 미국과 소통하느냐다. 특별법 제정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합의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관세 인상이라는 압박 카드는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번 성명은 단순한 업계의 요구가 아니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비용이 커진다'는 경고에 가깝다. 15%와 25% 사이의 간극은 숫자보다 훨씬 크다. 그것은 신뢰의 차이이자, 한국 자동차산업의 다음 투자 국면을 좌우할 변수다.

아래는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성명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조속한 제정 촉구 성명서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지연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양국 간 합의한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15%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의 불안감이 큰 상황입니다.

이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투자와 수출 환경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사안으로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의 시급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관세 인상 가능성이 지속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투자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투자와 수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2월 중) 제정을 강력히 요청 드립니다.

아울러 통상환경 불확실성의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 드립니다.

 2026. 2. 9.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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