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산터널 통행료 징수…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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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시의 혼잡통행료 징수 정책은 지속해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정책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2월 김형재 서울시 의원이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한 말이다.

서울시가 남산터널에서 징수하고 있는 ‘혼잡통행료’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남산 1·3호 터널 통행료는 과거 상업시설이 집중돼 있던 종로·명동 일대로 차량이 밀집되지 않도록 해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어서 폐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폐지계획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남산 1·3호 터널 통행료는 1996년에 도입돼 올해로 30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시행 초기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는 양방향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 남산터널 통행료 폐지 및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했다. 2022년 서울시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시행한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3명을 대상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8.1%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폐지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찬성 이유 1위는 ‘교통량 감소 효과가 미흡해서(29.6%)’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3∼5월 일시적으로 혼잡통행료 징수를 중단하고 차량흐름과 혼잡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실험 결과 차량이 도심방향(종로·명동)으로 진입하면 도로 혼잡이 가중됐지만 진출차량은 상대적으로 혼잡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서울시는 2024년 1월부터 서울시청이 위치한 도심방향에 대해서만 남산 1·3호 터널 통행료를 징수하고, 혼잡통행료 부과 여부에 무관하게 교통 혼잡 영향이 적은 강남방향으로 향하는 통행료에 대해서는 면제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종로·명동·을지로 일대의 도로 혼잡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구도심으로 진입하는 남산 1·3호 터널 단방향 구간에 대해서만 ‘서울 도심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고광민 서울시의회 의원은 2023년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폐지를 주장하면서 근거로 △저공해차 혼잡통행료 미부과 형평성 △도심 기능의 분산 등을 꼬집었다.

서울시는 현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는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도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것은 동일함에도 차별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 4대문 안 도심기능은 강남·서초·영등포 등 지역으로 분산됐음에도 중구만을 도심으로 간주해 남산터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게 고 의원의 주장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공공요금 징수는 형평성이 제일 중요한데, 통행료 목적이 ‘교통혼잡’ 때문이라면 구역을 정해놓고 그곳을 들어가는 ‘모든 도로’에서 징수해야 한다. 혼잡 억제 효과가 없다면 통행료를 받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종로·명동 등 ‘도심’의 교통 혼잡을 우려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라면 4대문 밖에서 안으로 통하는 구간에 전부 게이트를 설치해 통행료를 부과하라는 것이다.

또 “혼잡통행료를 받으려면 남산터널이 아니라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구간에서 전부 징수해 형평성을 맞춰라”, “저공해차는 교통혼잡을 안 일으키냐” 등 서울시의 모순적인 조례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계속해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를 받겠다고 못을 박은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로는 “처음에는 교통 혼잡 관리가 목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내려 하니 억지 논리가 나오는 꼴”, “형평성 맞추자고 다른 나라처럼 혼잡통행료 징수구간을 도심 전체나 강남 등으로 확대하면 시민들 벌떼처럼 일어날 걸 우려해서 못 하는 것” 등이 있다.

현행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는 명분도 없고, 형평성도 무너진 조례로 볼 수 있다. 사실상 서울시가 몽니를 부리며 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으로 비쳐지는 만큼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는 빠른 시일 내에 폐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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