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현물가 상승세 둔화?…과거 슈퍼사이클과 구조 자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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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단순한 업황 반등을 넘어 자본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이 촉발한 메모리 수요 급증이 가격·실적·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거와는 다른 메모리 사이클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현물가격 상승세 주춤세를 들며 '피크아웃'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시장의 실질적인 무게추가 AI 중심으로 이미 옮겨진 만큼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며 이번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고, SK하이닉스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21.82%로 집계됐다. 우선주(2.21%)를 포함한 전체 시총 비중은 24.03%로, 2024년 7월 이후 18개월 만의 최고치다. 삼성전자 주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반등세를 이어가며 지난 4일 종가 기준 16만9100원을 기록했다.

이번 사이클의 출발점은 AI 수요다. 애플은 최근 “칩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밝히며, 아이폰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메모리 협상력이 강했던 애플조차 재고를 늘리며 공급망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이번 흐름을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비교하면서도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슈퍼사이클이 스마트폰·PC 수요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중심의 가격 급등이었다면 현재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HBM, 서버용 D램이 수요를 주도하는 국면이다. 단기간에 증설이 어려운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요라는 점에서 공급 탄력성은 과거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이러한 구조를 근거로 메모리 업황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S&P는 “삼성전자가 향후 1~2년 동안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강력한 수요가 수익성 급등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유지되면서 범용 메모리 가격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물 시장에서 상승 탄력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RAM과 낸드플래시 현물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상승을 이끌 동력은 약화된 모습이다. DDR4 1Gx8 3200MT/s 제품의 주간 가격 변동 폭은 0.06%로,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고 낸드플래시는 가격 방어 속 거래 위축세가 감지된다.

이달 말 예정된 계약 가격 협상 결과가 향후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물 가격이 추가 동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계약 가격의 상단이 제한되며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물 시장이 메모리 업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단기 둔화가 곧바로 실적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업별로는 영향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서버 메모리 비중이 높아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범용 DDR4와 일부 낸드 가격 둔화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함께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 사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메모리 가격이 정점에서 안정될 경우 MX 등 세트 사업의 부품 비용 부담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번 메모리 사이클의 향방을 △2월 말 계약가 협상 결과 △AI 서버 중심의 HBM·고부가 DRAM 수요가 레거시 수요 둔화를 얼마나 상쇄하느냐 △낸드 가격 방어가 실제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현물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이클이 과거 슈퍼사이클과는 다른 구조적 흐름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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