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EV)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무게 중심을 본격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올해 신규 설비투자(Capex) 대신 기존 자산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해 지난해 부진을 털고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4일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납품 기간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로, 공급되는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한화큐셀의 미국 내 전략형 ESS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계약 금액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4년 5월 체결한 4GWh 공급 계약에 이은 두 번째 수주다. 양사는 ESS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을 연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청정에너지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실적 가이던스의 첫 성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 중반에서 최대 20%까지 매출 성장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예상 매출은 최소 27조2226억원에서 최대 28조4062억원에 달한다.
EV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ESS 사업 확대가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공급하는 장치로, 전력 안정성이 중요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ESS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ESS 설치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신규 수주 목표를 역대 최대인 90GWh 이상으로 설정했다.
전략의 핵심은 ‘전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40% 이상 축소하는 대신 폴란드와 북미 지역의 EV 유휴 라인을 ESS 생산으로 신속히 전환해 추가 비용 없이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새 공장 건설 대신 기존 라인을 활용해 가동률을 높이고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이번 한화큐셀 공급 물량도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랜싱 단독 법인과 스텔란티스·혼다 합작공장(JV)의 일부 EV 라인을 ESS 생산에 활용해 약 50GWh 이상의 추가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 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부터는 국내 오창공장에서도 1GWh 규모의 ESS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로봇용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본격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6곳 이상의 고객사에 고출력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2’에도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뒤, 2030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누적 대수는 올해 약 2만3000대에서 2030년 69만대, 2035년 679만대를 거쳐 2040년에는 약 53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 총 탑재량(수요) 역시 올해 0.03GWh에서 2030년 1.37GWh, 2035년 17.67GWh로 빠르게 증가해 2040년에는 약 138.3GWh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공격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ESS와 로봇 배터리 등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사업에 집중하며 실적 안정화를 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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