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실적 반등과 구조적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로에 섰다. 일부 대형사는 신작 흥행과 주력 지식재산권(IP) 효과로 숫자 회복에 성공했지만, 이용자 기반 축소와 소비 패턴 변화로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넷마블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NHN, 펄어비스 등이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시장의 관심은 단기 실적보다 신작 효과가 올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이용자 이탈을 막을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실적의 중심에는 넥슨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넥슨의 지난해 매출이 4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IP의 안정적인 매출에 더해 ‘아크 레이더스’, ‘메이플스토리 키우기’ 등 신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다만 ‘메이플스토리 키우기’ 확률 논란에 따른 전액 환불 조치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비용 부담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넷마블도 반등 흐름에 올라탔다. ‘세븐나이츠 리버스’, ‘뱀피르’ 등 자체 IP 기반 신작 흥행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 중반까지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넷마블은 올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몬길: STAR DIVE’ 등을 앞세워 모바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멀티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부진이 길었던 엔씨소프트도 숨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온2’가 출시 46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연간 흑자 전환이 유력해졌다. 다만 실적 회복이 특정 신작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의 견조한 성과를 바탕으로 매출 3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 신작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분기별 이익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20개가 넘는 신작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중장기 성장을 준비 중이다.
반면 중견 게임사들의 체력 부담은 커졌다. 퍼블리싱 비중이 높은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공백과 기존 게임 매출 둔화로 적자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 흥행 여부에 따라 향후 실적과 전략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숫자 회복과 달리 업계 전반의 위기감은 줄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 초반으로 떨어지며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탈한 이용자 다수는 OTT, 숏폼 등 시청형 콘텐츠로 이동했다. 장시간 접속을 전제로 한 MMORPG 중심 수익 구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도 냉정하다. 최근 1년 사이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 줄었다. 신작 성과의 불확실성과 주력 IP 성장 둔화가 겹치며 투자자 신뢰가 약화된 결과다.
이에 게임사들은 올해를 기존 공식을 재설계하는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슈팅·액션·서브컬처 등 비MMORPG 장르 진출과 모바일·콘솔을 아우르는 플랫폼 확장이 공통 전략으로 부상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얼마나 잘 벌고 있느냐보다, 이 구조가 몇 년 더 지속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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