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연말 증시 강세를 뜻하는 ‘산타랠리’가 올해도 나타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보다 산타랠리 위력은 약해졌지만 코스닥 중심의 계절적 강세와 반도체 업종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산타랠리 기간 상승 확률이 70~80%에 달했지만, 최근 10년간 성과는 예전만 못하다. 실제로 2023년에는 해당 기간 나스닥 지수가 2.5% 하락하며 계절적 강세가 무색해졌다.
실제로 산타랠리 성과는 장기적으로 둔화 추세에 있지만, 국내에서는 코스피보다 코스닥 종목이 연말에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여왔다. 산타랠리란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이듬해 1월 첫 2거래일 동안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1970년대 미국 증시에서 처음 사용됐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의 산타랠리 성과는 미국보다 부진한 편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12월 말 배당락이라는 구조적 이벤트가 있어 연말 지수 흐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당수익률이 낮은 코스닥은 배당락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연말 강세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 이전 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배당락 이후 재매수에 나서면서 코스닥은 연말에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대차잔고 축소도 산타 랠리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배당락 이전 주식을 상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12월에는 국내 대차잔고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배당락 이전 5거래일 동안 공매도 청산, 이른바 ‘숏커버’가 집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염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대차잔고 비율이 높고 숏커버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단기 투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가는 글로벌 증시 환경도 연말 랠리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IT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 탄력성을 보이며 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오라클발 AI 수익성 논란과 2차전지 대형 계약 해지 이슈로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이 10% 이상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2.5% 끌어올린 점은 국내 증시 반등의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의 호실적과 가이던스는 공급 부족 속 메모리 호황 사이클을 재확인시켜 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 수급이 복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지표 둔화도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왜곡 논란이 있지만, 시장은 이를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명분으로 받아들이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12월 주요 이벤트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연말 산타랠리가 본격화될 수 있는 유인이다. 1990년 이후 통계를 보면 S&P500 지수는 통상 12월 셋째 주 이후 연말까지 평균적인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 여부는 국내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돼 증시에 미치는 실질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2차전지 업종의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여부도 연말 장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올해 산타 랠리는 지수보다는 업종과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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