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예별손해보험(구 MG손해보험)의 공개매각 절차를 다시 시작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과거 반복된 매각 실패와 인수 이후 대규모 자본 부담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내달 23일까지 예별손보에 대한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 가운데 적격 인수자를 선정해 약 5주간 실사를 진행한 뒤 본입찰로 이어지는 구조다. 매각 방식은 인수자가 주식매각(M&A)과 계약이전(P&A) 중 선택할 수 있다.
예별손보는 MG손보가 2022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반복된 매각 실패 끝에 출범한 가교보험사다. 앞서 MG손보는 공개매각과 수의계약을 포함해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고, 지난해에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가 전 직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반발해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 매각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매각 불발 시 계약이전이라는 ‘마지막 시나리오’가 가시화됐다는 점있다. 예보는 예비입찰 단계에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실사 이후 본입찰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예별손보가 관리 중인 보험계약을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로 이전한다.
현재 5대 손보사는 예별손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각 사 임원이 예별손보 이사회에 참여해 공동으로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계약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계약이전이 이뤄질 경우 전산 시스템 구축, 인력·운영 부담 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이전이 현실화되면 기존 영업과 별도로 상당한 관리 비용과 인력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형식상 협의 절차가 있었다 하더라도 개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별손보가 관리 중인 보험계약은 130만건 이상이다. 이를 5대 손보사가 분담 이전할 경우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은 선호되겠지만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등은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계약 분담을 둘러싼 조율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재무 건전성과 인수 이후 추가 자본 부담에 대한 우려로 매각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예보는 예별손보 출범 과정에서 MG손보 노조,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인력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부실자산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재편했다는 입장이다.
예별손보 관계자는 “보험계약부채는 전부 예별손보로 이전됐고, 비우량자산과 조세·채권, 후순위채 등은 잔존법인에 남겼다”며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자산건전성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예별손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23.01%였으나, 예별손보 출범 이후 20% 가까이 상승해 약 2%까지 회복했다. 다만 이는 공시 기준이 아닌 내부 추정치로, 시장에서는 향후 실사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과 추가 자본 부담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전반의 인수합병(M&A) 시장 환경도 예별손보 매각의 변수다. IFRS17과 K-ICS 체계 도입 이후 보험사 인수에는 대규모 자본 투입이 전제되면서, 롯데손해보험·KDB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다른 매물 역시 뚜렷한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별손보 역시 낮은 인수 가격만으로는 매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 인수하더라도 이후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해 부담이 크다”며 “현실적으로는 공개매각보다는 5대 손보사를 통한 계약 이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까지 진행되는 예비입찰 기간 내 인수자가 없을 경우 예보는 매각 중단을 선언하고 계약이전 절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예비입찰 이후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본입찰이 불발될 경우에는 내년 3월 말 5대 손보사로 계약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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