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쏠림' 수입차시장, 다양성 붕괴·독식 구조 고착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내 수입자동차시장이 3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3개 브랜드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나머지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나눠 갖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한 양극화가 아니라 독식 수준이다.

특히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된 이후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시장의 성장세 이면에는 일부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1~10월 국내 수입 승용차 등록대수는 24만941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이 가운데 △BMW(6만4015대, 25.67%) △메르세데스-벤츠(5만4121대, 21.70%) △테슬라(4만7962대, 19.23%) 세 브랜드가 16만대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 시장의 66.6%를 점유했다. 나머지 수십 개 브랜드가 33.4%를 나눠 갖는 구조로, 사실상 시장의 3분의 2를 세 브랜드가 독점한 셈이다.


기본적으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장악한 가운데 테슬라는 전동화의 상징으로 이 체제에 정면으로 가세했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각자 시장의 키워드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BMW는 주행 감성과 브랜드 감성,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 이미지, 테슬라는 전동화 혁신을 상징한다. 소비자 니즈는 달라졌지만, 선택지는 이 세 브랜드로 수렴하고 있다.

중간권 브랜드들의 쇠퇴는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폭스바겐(4048대, –39.2%) △지프(1623대, -26.8%) △혼다(1571대, –24.9%) △링컨(1016대, -48.6%)은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랜드로버(4324대, +22.1%) △포드(3855대, +23.7%) △푸조(1014대, +0.3%) △캐딜락(614대, +6.2%) 등은 반등하긴 했으나, 과거의 브랜드 경쟁력을 고려하면 존재감 회복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 한때 시장 허리 역할을 했던 브랜드들이 변방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런 중위권 약화의 배경에는 △전동화 대응 속도 격차 △모델 라인업 노후화 △서비스 만족도 저하 △가격 포지셔닝의 애매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시장이 하이브리드 및 전기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내연기관 중심의 브랜드들은 대응력을 잃었다.

올해 1~10월 기준 수입차 전체 등록 중 하이브리드 56.8%(14만1726대), 전기차 29.4%(7만3288대)로 전동화 모델 비중이 86.2%에 달했다. 반면 가솔린은 12.7%(3만1700대), 디젤은 1.1%(2698대)에 그쳤다.

전동화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변수다. 테슬라와 BYD(3791대)는 전기차를 앞세워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었고, 렉서스(1만2855대, +12.0%)와 토요타(7887대, +0.9%)는 하이브리드로 전동화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여기에 볼보(1만1929대, -2.9%)는 전동화 라인업 확장과 안전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입증하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내연기관과 전동화를 병행하며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결국 기술과 자본이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명확해진 셈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전동화는 브랜드 독식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며 "기술 투자 여력이 있는 상위 브랜드만이 대응할 수 있었고, 중소 브랜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의 다양성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랜드 집중 현상은 단기적으로 시장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인지도를 명확히 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크다. 

상위 브랜드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면 가격인하 압박이 줄고, 할인경쟁도 사라진다. 서비스망 역시 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돼 중저가 브랜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선택뿐 아니라 유지·관리의 선택권까지 제한되는 셈이다.

국내 수입차시장은 다양성보다 규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급망, 가격, 인프라 경쟁력을 모두 갖춘 상위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 브랜드는 제한된 소비자층을 두고 생존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환경 속에서 볼륨 브랜드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수입차시장은 5~6개 브랜드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줄어들면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며 "중간 가격대 하이브리드나 합리적 전기차 모델들이 회복돼야 시장이 건강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이 사라진 시장은 성장하더라도 건강하지 않다. 수입차시장의 균형 회복은 전동화의 방향성을 따라가되, 다양성의 가치를 회복하는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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