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이 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통계를 누락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야권은 이를 ‘통계조작’이라고 규정, 이번 대책과 관련한 행정소송도 진행한다. 정부와 여당은 야권의 공세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개혁신당은 11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10·15 부동산 대책 취소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정부에서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위법하게 통계를 조작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국민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숨기고 배제하고 왜곡하는 이런 통계의 정치화는 이제는 멈춰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혁신당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는, 이번 정책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통계 위에 수립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활용한 통계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였다. 만약 9월 통계를 반영했을 경우 도봉·은평·중랑·강북·금천구 등은 규제 지역에서 제외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었다.
정부는 9월 통계를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에 통계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국토부가 지난달 13일 부동산원에서 ‘9월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졌다. 야권은 대책 발표일이 15일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해당 통계를 활용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다만 국토부는 작성이 완료된 통계라더라도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이 금지됐던 만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 활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 야권 ‘정치적 의도’ 주장… 여권 ‘정쟁용’ 반박
하지만 야권은 공세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규제 지역 선정 절차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신 통계가 나와서 확인됐으면 상황에 변화가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과열지구, 투기지구에 대한 지정 자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관련된 통계를 재점검하는 것이 정부의 일하는 순서”라고 꼬집었다.
야권은 일련의 사태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무자들이 하루라도 미루자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수도권 규제를 밀어붙이자는 용산의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소송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피하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야권이 공세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공격하고 나선 것에 대해 여권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공세가 궁극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의혹 제기라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비공표 통계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부동산 대책 발표 시점을 늦추는 것은 정책의 골든타임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며 야권의 주장도 일일이 반박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법리를 외면한 무차별적 공세는 주택시장 혼란만 키운다”며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무분별한 문제 제기보다 건강한 토론과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다.
야권의 부동산 정책 철회 및 장관의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법적 근거는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일부 규제를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도, 이번 의혹 제기는 ‘정쟁용’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 받을 사안이 아닌데 자꾸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정쟁으로 확대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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