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영업익 ‘뚝’…헌터라제 공백·원가 부담에 수익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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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GC녹십자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6.3% 줄며, 큰 폭 증가한 매출과 대조를 이뤘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26.3% 줄었고, 순이익은 181억원으로 49.4% 감소했다.

고마진 제품 출하 공백과 원가율 상승, 혈장센터 인수 비용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은 고마진 제품의 공백이 컸다.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의 올해 수출 물량 대부분이 상반기에 이미 출하를 마치면서 3분기에는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 헌터라제는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익률이 높은 제품으로, 출하 시점이 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헌터라제의 수출 재개 시점을 이르면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백신사업도 부진했다. 질병관리청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올해 국가예방접종용 독감백신을 기존 4가에서 3가 제형으로 전환하면서 제품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독감백신 ‘지씨플루’는 3가 제형 전환에 따라 원가율이 높아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가 백신 단가는 도즈당 1만340원~1만810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가 백신 단가는 9339원~9660원으로 약 10% 인하돼 제약기업별 10~20억원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 혈장센터 ‘ABO플라즈마’ 인수에 따른 초기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초 텍사스 라레도 소재 ABO플라즈마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했다. 신규 설비 구축과 인력 확충 등 초기 고정비 지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 하락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는 2027년까지 미국 내 8개 혈장센터를 구축해 혈장 원료 자급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혈장센터가 정상운영되면 혈장 조달량이 현재 20만ℓ 규모에서 50만ℓ까지 확대돼 자체 조달 비중도 8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설비비와 인건비 부담이 단기적으로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씨플루. /GC녹십자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R&D)비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판매관리비는 전년 동기 674억원에서 832억원으로 23.5% 늘었지만, 연구개발비는 385억원에서 335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영업 관련 비용이 증가한 반면 R&D 투자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의)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며 전년 동기(396억원) 대비 크게 감소한 건 △ABO홀딩스가 신규 채장기술을 도입하며 인식된 30~40억원의 비용 투자 △상품 매출 비중 증가와 독감 백신 판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알리글로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나 4분기 성과급 등의 비용 증가, ABO홀딩스의 수익성 달성 지연, 자회사들의 늦어지는 실적 회복 등을 감안할 때 4분기 영업이익 소폭 적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는 3분기 실적 방어의 핵심 역할을 했다.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하며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해 상반기 중 수출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려 현지 재고를 확보했다. 4분기에는 내년도 판매 물량 선적을 진행 중이며, GC녹십자는 북미 면역글로불린 시장 점유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헌터라제는 누적 매출이 이미 전년 연간 매출의 96%를 달성하며 연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출하 재개 효과가 반영되면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의 올해 누적 매출은 1조4900억원으로, 4분기에 5000억원 이상만 추가되면 연 매출 2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409억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라면 '2조클럽' 가입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위해주·이다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BO홀딩스 혈액원 개소와 채장량 시스템 도입 등으로 비용 증가 우려를 추가 반영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춘다"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매출액 1조9495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예상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견고한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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