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J센터장은 밤 12시인데 아직 스마트폰을 손에서 못 놓는다. 내일을 위해 자야 하건만, 매일 파도처럼 밀려드는 콘텐츠들을 조금 더 보고 자야 할 것 같다. 'AI 시대 리더의 조건', '챗GPT시대 인간의 경쟁력' 북마크는 쌓여가는데 정작 내일 팀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관리자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 리더들을 자주 만난다. AI 시대에 뒤처질까 초조하게 이것저것 손대지만 현실에서 변화는 없는 리더. 15년 전 방식을 고집하며 "나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며 예전 방식을 고집하는 리더.
"뭘 해도 안 바뀌더라"며 깊은 체념에 빠진 리더. 조직에 묻어가는 게 최선이라며 최소한의 일만 영혼 없이 처리하는 리더.
다양한 모습인 것 같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멈춰 있다'는 것이다. AX 시대,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건 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른다. 길을 떠났지만 갈 곳을 몰라 정처 없이 헤매는 나그네 같다.
왜 멈췄을까?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리더십을 키워야지", "AI를 배워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모른다. 방향이 없으면 사람들은 헤매게 되고, 딴전을 피게 되고, 느리게 가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역량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 컨택센터 관리자 역량 개발을 위한 5가지 요소를 제안한다.
첫째, 리더 스스로 개발되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이 정도면 됐지", "내가 한다고 바뀌겠어", "나도 얼마나 더 일할지 몰라"...이처럼 정신적 퇴사 상태로는 역량 개발은 소원하다. 제자가 준비되어야 스승이 나타난다. 스스로 성장할 의지를 품어야 작은 것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법이다. 자기개발은 목적지가 있는 여행이 아니다.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는 일이다. 끝없이 올라가야 하고, 올라간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겠다는 결심. 이것이 모든 성장의 시작이다. 교육 현장에서 첫 질문은 "무엇을 배우고 싶으세요?"가 아니라 "정말 개발되고 싶으세요?"여야 한다.
둘째, 개발 이슈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리더십 개발"은 너무 막연하다. "짧고 명확하게 말하는 법", "상대가 저항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담대하게 요청하기", "회의 시간을 30분 안에 끝내는 법"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셋째, 일관된 행동 루틴을 실천해야 한다.
한 번의 교육으로는 사람을 바꿀 수 없다. 안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사람을 바꾼다. 매일 10분, 학습한 방식을 실험하고 실패하며 체화되는 것이다. 루틴이 없으면 개발도 없다. 그러려면 2일짜리 집합교육이 아니라, 4주간 매주 실천하고 6개월간 매월 적용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은 강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된다.
넷째, 성장 중심으로 성찰해야 한다.
많은 관리자가 자신에게 가혹하다. 조금 나아져도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회의 시간을 5분 줄였다면 축하할 일이다. 팀원에게 평정심 있게 피드백했다면 자축할 일이다.
이 작은 인정과 축하가 다음 성장의 연료가 된다. 이러한 성찰은 혼자 하지 말아야 한다. 제3자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제가 달라졌나요?" "어떤 점이 나아졌나요?"라고 피드백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성장을 위한 성찰이다. "뭐가 안 됐지?", "무엇을 못하지?"가 아니라 "뭐가 됐지?", "어떤 점이 나아졌지?"를 피드백 받아야 한다.
관리자 교육을 단순히 '프로그램 운영'으로 보지 말라. 이건 조직의 허리를 세우는 일이다. 교육 예산만큼이나 중요한 건 '이후의 시간'이다. 교육 후 4주간 실천할 시간, 동료와 나눌 시간, 성찰할 시간을 업무 시간에 공식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원사는 씨앗에게 "빨리 자라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햇빛과 물과 시간을 준다. 리더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을 허락하는 시간이다.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는 리더들에게 필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다. 한 걸음씩 오를 수 있는 용기와, 그 걸음을 허락하는 조직의 배려다.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 결국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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