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과제에 ‘한미연합훈련’ 다시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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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 패권경쟁과 국내 AI-AX 도약 전략-피지컬 AI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AI 정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 패권경쟁과 국내 AI-AX 도약 전략-피지컬 AI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AI 정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한미연합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즉각 야권은 ‘안보는 협상의 카드’가 아니라고 날을 세우고 나선 가운데, 이러한 주장이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북미 대화’ 성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연합훈련 조정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현재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외교안보 부처 간 긴밀하게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한미연합훈련 조정 가능성 언급에 대해 원론적 대답을 내놓은 셈이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이지만 장해가 될 만한 요인을 치워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한미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북한은 최근 이러한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노광철 국방상의 담화를 보도했는데, 노 국방상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과 한미연합공중훈련 등을 거론하며 “끝까지 대결적이려는 미국의 적의를 정확히 이해했다”며 “그에 대한 화답을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간 군사적 협력이 북한의 위협이라는 점을 재차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경주 APEC 계기에 가능성이 제기됐던 북미 회담은 결국 불발됐으나, 우리 정부는 북한이 대화의 ‘의지’는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물밑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대비해 둔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행정부의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중국·러시아 방문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 등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 뉴시스

◇ “한미연합훈련 협상 카드 아니야”… 야권 비판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내년 3월이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내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외교적 성과’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가,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예견되는 만큼 시기상 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선 결국 한미연합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현재로서 그런 가능성은 약한데, 미국의 의지가 많이 작용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전략과 의지에 따라서 조금 변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미 정부가 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했던 전례도 이번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으로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공식 대표단을 보냈고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이 재개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서 만나듯 그러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며 “김정은도 트럼프도 내년 3, 4월이면 반드시 만나야 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만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조건으로 북미 대화가 실제 성사될 경우 이재명 정부의 ‘페이스메이커론’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즉각 야권은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 안보는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평화를 핑계로 스스로 방패를 내려놓는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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