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입산 위스키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국산 위스키는 여전히 '후발 주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 하나의 브랜드가 판을 바꾸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 '기원(Ki One)'이다.

올해 기원 위스키는 세계 3대 주류 품평회로 꼽히는 IWSC(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에서 'Worldwide Whisky Trophy'를 수상했다. 해당 부문은 전 세계 위스키 중 단 한 제품에만 주어지는 최고상이다. (스카치, 미국, 아이리시 제외)
기원 시그니처 라인인 '유니콘'은 이 대회에서 98점(OUTSTANDING GOLD)을 받으며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는 한국 위스키가 단순한 시도와 상징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품질과 정체성을 입증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트로피를 놓고 경쟁했던 브랜드로는 전 세계로 이제 인정받고 있는 카발란이 있었다.
◆"스카치를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위스키를 만든다"
기원은 2020년 경기도 남양주시 백봉산 자락에 설립됐다. 창업자 도정한 대표는 위스키 제조 자체를 '국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맛과 시간, 기후를 담은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스코틀랜드 대비 계절 온도차가 크고, 여름 습도가 높아 숙성 속도가 빠르다. 기원은 이를 풍미의 변화와 질감 확장을 유도하는 '자산'으로 해석했다.
즉 단순히 '숙성 기간이 짧아진다'가 아니라, '기후가 맛을 만든다'는 철학이다.
국산 보리 시험 재배, 한국산 오크 숙성, 전통주 양조장과의 오크통 교차 숙성 등 기원은 '한국 terroir(테루아)' 구축을 이미 시작하여 지속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2024년 기원은 증류소명과 브랜드명을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기원으로 통합했다. 이후 한국 위스키를 대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3단 라인업을 정교화했다.
기원은 현재 호랑이·독수리·유니콘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다.
'호랑이'는 달콤한 과실의 풍미, '독수리'는 묵직하고 클래식한 바닐라의 풍미, '유니콘'은 스모키한 풍미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호랑이는 산뜻함과 밸런스를 내세워 폭넓은 취향을 담는 입문 라인, 독수리는 몰트의 바디감과 스파이스가 살아 있는 개성 라인, 그리고 유니콘은 깊은 여운과 구조감을 갖춘 시그니처 라인이다.
특히 유니콘은 IWSC 트로피·SFWSC 더블골드를 동시에 수상하며 기원의 기술적 정점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산 위스키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시장과 심사위원단이 답한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인정…이제는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기원의 수출은 이미 14개국 이상으로 확장됐다. 일본 바(Bar) 업계, 싱가포르 프리미엄 호텔, 프랑스 미셸린 레스토랑, 미국 위스키 바 시장까지 'K-위스키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는 "주류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대회에서 짧은 기간 만에 최고의 위스키로 인정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이번 성과는 한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스키를 제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상징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국적 정체성을 담은 위스키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원은 한국 위스키의 가능성을 감성이 아닌, 결과로 증명한 첫 사례다. 그러나 이것이 목적지가 될 수는 없다.
K-위스키가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종가세 개편 △숙성 인프라 구축 △국산 곡물 기반 확대 △지역 증류·관광 연계 생태계와 같은 구조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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