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보이콧’에 ‘반쪽’된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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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 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 전두성 기자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반쪽’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이 자당인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반발해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대신 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 일부는 이 대통령을 향해 “꺼져라”, “범죄자 왔다”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비어있는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며 보이콧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민주당에선 특검의 영장 청구 시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있다. 특검이 시정연설 하루 전 영장을 청구해 국민의힘에 보이콧을 할 명분을 줬다는 것이다.

◇ 비난 쏟아내며 ‘보이콧’한 국힘… 대통령 “좀 허전하군요”

4일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불참을 선언하며 시정연설은 반쪽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전날(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 참석 대신 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이 맞춰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야당탄압 STOP! 정치탄압 OUT!’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고,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와 넥타이에 어두운색 정장을 입었다.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앞줄에 선 의원들은 ‘근조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손팻말을, 다른 의원들은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 대통령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이 이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본관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의원들 사이에서 “우원식 들어와”, “국회의장이 그따위 짓하는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오전 9시 40분경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들어서자, 침묵시위를 할 예정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재판받으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꺼져라”, “범죄자 왔다” 등의 원색적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사전 환담장으로 이동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악수하지 말고 그냥 가시라”, “재판받으시라” 등을 외쳤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후 비어있는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는 말을 남겼다.

시정연설 말미에도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재차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우 의장도 시정연설 전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고 첫 시정연설을 하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 ‘33번’ 박수친 민주당… 국힘 ‘보이콧’엔 맹비판

국민의힘이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로텐더홀 계단과 달리 시정연설이 진행된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와 함성이 본회의장을 메운 것이다.

이 대통령이 오전 10시 6분경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렬로 서서 이 대통령을 박수로 맞이했다.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이 “좀 허전하군요”라는 발언을 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선 “신경쓰지 마시죠”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약 22분의 이 대통령 연설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33번의 박수로 화답했고, 이 대통령의 발언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함성이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전두성 기자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시정연설 보이콧을 맹비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은 역사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에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며 “국민의힘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민생·경제·미래 예산’ 심의라는 본업에 복귀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영장 청구를)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수사를 하다 보니 증거가 나와 (영장 청구를) 하는 것인데, 그걸 이유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뻔뻔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외에도 “이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의원인가”(박주민 의원), “(국민의힘은) 추 전 원내대표 방탄에 올인하고 있다. 정당 해산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박홍근 의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특검팀의 영장 청구 시점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 시정연설 하루 전 영장을 청구해 국민의힘 보이콧에 명분을 줬다는 취지다.

한 중진 의원은 “특검이 대통령 시정연설 다음 날이나 영장을 청구하든가 해야 하는데 (시정연설) 전날 영장을 청구해버리니 (아쉽다)”며 “(특검이) 정무적인 판단을 해서 하루라도 늦게 (영장 청구를) 했으면 국민의힘이 그렇게 (보이콧을) 할 명분이 없어지고, 정치가 살아있게 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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