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개월만에 '스몰 컷'…"韓 통화정책 여력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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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챗GPT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물가 상승 위험과 고용 둔화 위험이 상존하면서 ‘위험의 균형’이 노동시장 둔화로 이동하고 있음에 따라 중립적인 정책기조를 위해 정책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금리 인하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결정이었다.”

17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9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이상한 균형'(curious balance)은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용 수요도 급격히 줄면서 발생하는 균형을 지칭한 표현이다.

뜨거웠던 미국 노동 시장이 변화된 이민자 정책에 따라 고용 목표 달성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했다.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이민자 차단·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4.50%(금리 상단 기준)이었던 기준금리를 25bp(1bp=0.01%p) 내린 4.25%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5bp 인하 이후 9개월 만의 금리 조정으로 연준은 올해 총 5번 연속 동결 결정을 지속했다.

비둘기 가면을 쓴 매, 연준

“7명 위원 연내 동결 선호”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앞서 정책결정문에서는 고용측면에서의 하방위험이 증가했다고 명시한 점, 점도표상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3회로 확대한 점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스탠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위험관리 차원의 인하(risk management cut)’라는 언급은 다소 매파다웠다는 것이다. 또 ‘빅컷’(금리를 한번에 0.5%p 인하) 소수의견이 1명에 불과한 점,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물가 전망은 상향, 실업률 전망은 하향조정한 점이 뒷받침했다.

점도표를 보면 올해 총 3회 인하 전망은 10:9로 박빙이었다. 다만 7명의 위원이 연내 동결을 선호하는 등 여전히 연준 내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의견차가 상당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시장참여자는 빅컷도 기대했던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반전 발언으로 미국 증시 하락 반전, 국채 금리 상승, 달러 강세 흐름을 보였다.

뉴욕 증시 3대 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0.42포인트(0.57%) 오른 4만6018.32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6.41포인트(-0.10%) 내린 6,600.3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72.63포인트(-0.33%) 내린 22,261.33에 각각 마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상향 조정, 실업률 하향 조정 등 거시 경제전망이 더 매파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25년말 점도표의 정책금리 전망은 하락했다”며 “매파적 스탠스가 유지되었으며, 명확한 가이던스보다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접근이 강조됐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도 “올해 추가 인하가 끝났다고 전망한 위원이 7명이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美 금융시장 ‘환호와 실망’ 그대로 반영

달러 강세 환율 상승 영향, 韓 증시는 상승세

S&P500 지수 흐름은 시장의 환호와 실망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날 금리 결정 전 장중 약세를 보이던 S&P500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과 경제전망(SEP)에서 연내 2회 금리 인하 전망이 반영됐다는 소식에 장중 상승 전환했다. SEP에 따른 올해 말 금리는 기존 전망 3.9%에서 3.6%로 하향, 내년 말도 기존 3.6%에서 3.4%로 하향 조정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간밤 추이/인베스팅닷컴

정책 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시장도 비둘기→매파 변화가 적용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최저 3.987%까지 하락했다가 최고 4.0940%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 마감 무렵 4.07%로 전장 대비 4bp 오르며 마감했다.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3.55%로 전장 대비 4bp 올랐다.

달러 가치도 끌어올렸다. 96선까지 하락했던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97선을 터치, 전일 마감가(96.87)보다 0.13p(0.13%) 상승했다. 달러화 상승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2.50원(0.18%) 오른 1383.50원(오전 9시 32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미국 금융시장과는 다르게 연준 금리 인하에 상승 동력을 받고 있다. 코스피는 19.37포인트(0.57%) 오른 3432.77로 출발해 오전 10시 16분 기준 23.30(0.68%) 상승한 3436.70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6.37포인트(0.75%) 오른 851.9에 거래를 시작했고 이 시각 853.67(+0.96%)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FOMC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 미 연준이 9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인하하면서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면서도 “연준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어 향후 미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의 재정건전성 우려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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