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름값을 못 한다.
지난달 첫 방송된 KBS 2TV 주말극 '화려한 날들'(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석)은 '인간은 누구에게나 화려한 날들이 있다. 지금이든, 과거에서든, 앞으로든'이라며 각기 다른 의미로 만나게 되는 화려한 날들에 대한 세대 공감 가족 멜로다.
정일우가 일과 사랑 모든 면에서 인정받는 능력자 이지혁을, 정인선이 밝고 해맑은 카페 매니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은오를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데뷔 첫 KBS 2TV 주말극이자 각각 2년 10개월·7개월 만의 복귀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 역시 기대의 중심이었다. 김형석 PD와 소현경 작가는 2017년 '황금빛 내 인생' 이후 다시 손을 잡았다. 최고 시청률 45.1%(닐슨코리아 전국 평균 기준), 2010년 이후 드라마 평균 시청률 2위라는 기록을 남긴 뒤 7년 4개월 만의 재회였다. 연출과 대본 모두 긴 공백기를 끊은, 두 대가의 '복귀작'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다.
단연 화려한 시작을 기대했지만 숫자는 냉정했다. '화려한 날들'은 첫 회 13.9%, KBS 2TV 주말 드라마 역사상 가장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3회 만에 12.6%로 하락하며 불안한 초반 추이를 보였다. 그나마 반등해 8회 15.9%로 현재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지만, 'KBS 주말극'이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작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하 '독수리 5형제')와 비교해도 초라하다. 첫회 15.5%로 시작해 차근히 상승, 14회 20.0%를 넘기며 최고 21.9%·평균 19.1%로 KBS 주말극의 체면을 세운 작품이었다. 이전 '다리미 패밀리'가 36부작의 짧은 호흡 탓에 최고 19.7%로 종영한 가운데 거둔 성과였다. 이러한 '독수리 5형제'의 후속작이기에, '화려한 날들'의 부진은 더 도드라진다.
문제는 저조한 이유로 꼽히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남자주인공의 '비혼' 설정은 '요즘 애들'을 다뤄보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재해석됐다 보기엔 어렵다. 젊은층을 이해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표피적 장식에 가깝다. 주인공이 대기업 외동딸과 결혼 시도 끝에 몰락하고, 부모님과 갈등할 때 '2025년'처럼 꾸미는데 쓰여질 뿐이다.
전작과 달리 다소 느린 전개 역시 '불호' 요소다. 소 작가의 '황금빛 내 인생'은 첫 회부터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등 쉴 틈을 주지 않는 빠른 전개를 자랑했다. 하지만 '화려한 날들'은 10회가 되도록 천천히 호흡을 고르는 중이다. 여기에 대사나 상황 등이 현실감이 떨어지고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고 있다.
결국 배우들마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정일우의 초반 연기톤이 '멋있는 주말극 남주'를 과하게 세팅하며 거리감을 키웠다는 불만이 나온다. 흔히 말하는 '힘이 들어간' 연기가 데뷔 19년 차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남긴 탓이다. 이 때문인지 대사 전달과 딕션도 다소 들쭉날쭉하다. 설상가상으로 서사가 흔들리며 '소현경 작가의 페르소나', 'K-아버지' 천호진과 부자 케미스트리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 KBS 주말극은 '국민 드라마'이자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신사와 아가씨'가 30% 시청률로 마지막 불꽃을 남겼고, '독수리 5형제'가 가까스로 숨통을 틔웠다. 그다음 장을 써야 할 '화려한 날들'의 초반 부진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50부작의 긴 호흡과 최근 반등 조짐보다는, 당장 설득력 있는 상승곡선이 필요하다. 주말극 프리미엄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대, 현재의 '화려한 날들'에서 먼저 읽히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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