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누가 먼저 레벨4 기술을 상용화하느냐를 넘어, 국제인증과 표준을 누가 선도하느냐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가 10일 국회에서 개최한 세미나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표준 제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해본 자리였다.
자율주행은 교통수단의 혁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통안전, 산업경쟁력, 도시 혁신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 기술이다. 그러나 국제 표준화 작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UN 산하 자동차기준 포럼(WP.29), 자율주행차량 작업반(GRVA), AI 워킹그룹, ISO의 AI 데이터 품질 기준(ISO/PAS 8800) 등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제도화는 초기다.
반면, 한국은 △5G·6G 통신망 △K-City 실험도시 △자율주행 시범지구 △레벨3 상용화 경험 △반도체 경쟁력 등 강점을 다수 보유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제도 경쟁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번 세미나는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장이 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캐서린 에반스(Katherine Evans) 소르본대 교수(UN WP.29 AI 워킹그룹 공동 간사)는 AI 기반 자율주행 규제의 국제 흐름을 짚었다. 그는 △기능 중심 규제에서 벗어난 유연한 규제 프레임워크 △AI 안전성 정량 지표 도입 △AI 윤리(투명성·설명가능성·책임성) 기술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Near-miss 데이터, 업데이트 안정성, 시나리오 기반 ODD(운행설계영역) 같은 정량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기술 검증을 넘어 인간 수용성을 담보하는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규제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밝힌 대목은 눈길을 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신동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부회장(국립한국해양대학교 AI공학부 학부장)은 기술 패러다임의 급변을 지적했다. 기존 모듈형 검증체계가 AI 종단학습(E2E) 방식으로 전환되는 만큼, 한국이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기술 종속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전국 자율주행 시범지구를 디지털 트윈 기반 국가 인증 플랫폼으로 전환 △인간 중심 피지컬 AI 기술에 대한 R&D 집중 육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스페인 IDIADA의 사례를 들며 "국제 기준 조화 과정에서 자국이 주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역시 룰 메이커(Rule Setter)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업계, 학계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논의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인증체계 대응 전략 △기술 변화에 따른 정책 로드맵 △AI 윤리와 법제도 △산업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었다. 단순히 기술개발만으론 부족하며, 정책-인프라-인증을 연결하는 '팀 코리아'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국제사회는 아직 AI 자율주행 인증·표준화 작업에서 명확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는 한국에게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시간은 길지 않다. 미국·유럽·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국가 인증체계 정립 △국제 협력 확대 △산업계-학계-정부의 공동 대응이다. 이번 세미나는 단기성과 발표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표준 경쟁의 본무대에 참여하기 위한 전략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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