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트랙' 현대차·기아, 유럽은 전기차·미국은 하이브리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글로벌 친환경차시장에서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이 전기차 일변도 전략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는 전기차(BEV)를 전면에 내세워 강화되는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하고,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Hybrid)를 앞세워 빠르게 커지는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지역별로 상반된 시장환경과 규제, 소비자 성향을 정교하게 반영한 행보다.

◆탄소중립이 부른 선택, 전기차 전면 배치

유럽시장은 전기차 친화적인 제도와 정책이 가장 강력하게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CO₂ 규제 강화로 전기차 비중 확대가 필수다. 이미 각국 정부가 보조금과 충전인프라 지원을 전기차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환경은 제조사들에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강제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작용한다.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약 2200만대인데, 이 중 △유럽 17% △미국 7%를 차지하며 전기차 확산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5년 기준 유럽의 전기차 점유율은 25%에 달하지만, 미국은 아직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아이오닉 5 △EV6 △EV9 등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 판매를 확대 중이다. 기아는 유럽에서 판매 중인 EV3에 이어 EV4까지 더해 대중시장까지 공략하는 등 전기 SUV 전 라인업을 완성하려는 전략도 갖추고 있다. 즉,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탄소중립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전동화 리더십을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차가 오랜만에 IAA 모빌리티 2025에 공식 부스를 차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무게 중심이 유럽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강화되는 탄소중립 규제와 전기차 중심의 보조금 정책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단순 전시회 참여를 넘어, 실질적 판매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인프라·정책 리스크에 하이브리드 약진

반면 미국시장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최근 미국의 전기차시장은 재고 부담과 가격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충전인프라 부족, 높은 초기 구매비용,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도 여전히 보급 확대의 한계로 지목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축소 움직임, 중국산 배터리 규제 강화 가능성 등 정책 변수까지 겹치며 전기차 수요 위축은 더욱 뚜렷해졌다.


2024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약 160만대로 전체 시장의 10% 수준에 머물렀으며 성장률은 둔화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하이브리드는 전체 판매의 약 22%를 차지하며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연비효율성과 충전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맞물리면서, 합리적 선택지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 누적 친환경차 판매량은 150만대를 돌파했는데, 이 가운데 100만대 이상이 하이브리드다. 이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요타가 올해 미국 내 전체 판매의 45%를 하이브리드로 채우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토요타처럼 하이브리드 올인 전략이 아니라, 유럽=전기차와 미국=하이브리드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투 트랙 전략' 차별화 포지셔닝

현대차·기아의 전략은 단순한 판매 증대를 넘어선다. 전기차로는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고, 하이브리드로는 안정적 판매 기반을 확보한다는 이중 효과다. 즉, 미래 비전과 현재 실적을 동시에 잡는 셈이다.

물론 이 전략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BYD와 테슬라의 저가 공세,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부담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 리스크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 노선에 의존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시장맞춤형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대차·기아의 유연한 투 트랙 전략은 점유율 확대를 견인할 핵심 무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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