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베뉴지 향해 칼 빼든 슈퍼개미

시사위크

‘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슈퍼개미’로 널리 알려진 배진한 노블리제 대표가 최근 베뉴지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베뉴지
‘슈퍼개미’로 널리 알려진 배진한 노블리제 대표가 최근 베뉴지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베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예식장, 골프장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사 베뉴지는 지난 1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을 공시했습니다. 앞서도 베뉴지를 향해 적극적인 행동을 전개해왔던 ‘슈퍼개미’ 배진한 노블리제 대표 측이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게 이번 공시의 골자인데요. 이는 소수주주가 임원의 선임·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할 경우 이를 즉각 거래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공시규정에 따른 겁니다.

배진한 대표는 어떤 인물이고,

베뉴지와는 어떤 관계일까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배진한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노블리제, 데카몬 입니다. 가장 최근 공시에 따르면, 배진한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베뉴지 지분 10.57%를 보유 중인데요.

‘슈퍼개미’로 유명한 배진한 대표는 2022년부터 베뉴지를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4월 보유 중인 베뉴지 지분이 5%를 넘기면서 공시 의무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확대했죠.

2023년 2월엔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며 공세를 본격화했습니다. 그 직후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선 현금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결의 권고 등의 주주제안을 실행에 옮기는 한편, 저평가와 투자 실패, 주주환원 부족 등 베뉴지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첫 주주제안은 모두 무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만, 배진한 대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3년 11월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자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와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에 나섰죠. 검사인 선임을 요구를 법원에 신청해 성사시키기도 했고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추천한 상근감사 후보 1명과 비상근감사 후보 1명 등 2명이 선임된 겁니다. 

이어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주제안을 통해 배진한 대표 본인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고자 했는데요.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현금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등도 무위에 그쳤습니다만, 주주제안을 통한 상근 감사 선임은 또 한 번 성공하며 견제의 칼은 계속 쥐게 됐습니다. 기존에 주주제안으로 선임됐던 감사 2명은 해당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러났고요.

배진한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는 올해도 계속됐습니다.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현금배당 증액을 재차 추진한 겁니다. 그러나 또 다시 부결되고 말았죠.

배진한 대표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어떤 안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걸까요?

앞서 살펴봤듯, 배진한 대표는 주주행동에 적극 나서고 감사 선임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베뉴지 경영진, 특히 창업주인 김만진 회장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다만, 현금배당 증액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줄곧 주당 30원, 총 12억원 규모였던 연간 배당 규모가 지난해 주당 50원, 총 20억원 규모로 살짝 늘어난 정도였죠. 주주가치 제고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 흐름에서 베뉴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배진한 대표는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상법에 따라 적법하게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베뉴지는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배진한 대표가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이유죠.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고자 하는 안건인데요. 1호 의안은 김만진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됐던 정창민 감사 해임 안건도 2호 의안으로 명시됐습니다. 3·4호 의안은 신규 감사 및 비상근감사 선임이고요.

이는 배진한 대표가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가 김만진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배진한 대표는 특히 그동안 베뉴지의 주식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 문제를 강하게 지적해왔습니다. 경영진의 무리한 주식투자 실패 책임을 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투자 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책임 소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김만진 회장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됩니다.

베뉴지에게 어떤 앞날이 펼쳐지게 될까요?

설령 법원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한다 해도, 김만진 회장이 실제 해임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습니다. 사내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찬성해야 가결됩니다. 최대주주인 김만진 회장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51.49%의 지분을 확보 중인 점에 비춰보면, 해임은 쉽지 않죠.

다만, 자신의 해임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는 것 자체만으로 김만진 회장에겐 무척 부담스럽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또한 감사 선임은 ‘3%룰’로 인해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된다면 배진한 대표의 견제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정권을 쥔 건 법원입니다. 베뉴지가 김만진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베뉴지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901900857
2025. 9. 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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