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를 철폐해야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현재 우리는 성장해야겠다는 인센티브가 없어 성장할 사람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자꾸 떨어지는 성장 정체기에 머물러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을 개최했다. 기업성장포럼은 경제계가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343개 이상의 규제와 형벌을 합리적으로 줄여나가자’는데 뜻이 모여 출범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잘 지냈다. 이게 우리의 자랑거리였다”며 “그러나 최근에 보면, 민주화는 잘 되고 있는데 경제성장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최 회장은 “현재 우리는 0% 성장대를 향해 가고 있다. 30년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성장 속도가 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는 민간쪽에서 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기업 성장률이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 생태계 안에서의 기업의 규모별로 규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지원은 많지만, 대기업은 커질수록 규제가 많아지고 있어 성장 인센티브가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반적인 기업 성장세가 감소하고 있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전 대기업의 10년간 연평균 매출액증가율은 10%를 상회했지만 최근 10년간은 평균 2.6%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중소기업 역시 8~9%대에서 5.4%로 내려앉았다.

이어 최 회장은 “실제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진입률은 0.04%밖에 되지 않으나,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내려오는 건 6.5%”라며 “기업들이 규제가 많다 보니,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성장 리스크를 짊어지고 배팅을 해야하는데, 성장 인센티브가 없어 ‘지금이 좋다’라는 생각을 유지하게 되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중기부·Fn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1만개 중 4곳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중견기업 100개 중 1~2개만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중소기업으로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이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이라며 “매출이 45억원이면 그 이상을 유지하는게 경영 목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해 발표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만 343개의 기업별 차등규제가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94개의 규제가 갑자기 늘고, 대기업이 되면 329개까지 급증했다.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약 6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옛날엔 고도성장이 있었다. 가능하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인데, 그 당시엔 좋은 정책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게 틀리다라고 말하고 싶다. 성장하고 있지 않은데, 규묘별 차등규제를 한다면 성장할 인센티브가 확 떨어진다. 결국 성장할 사람이 없어지고, 경제 성장률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성장을 지속하는 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별 차등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을 하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당 규제가 풀어지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이든 중견·대기업이든 성장하는 기업에 리워드를 제공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지난해 상장사 기준, 수익성(총자산 대비 영업이익)이 좋은 100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자산을 늘린다면, 영업이익이 5조원 가량 추가 창출된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이 겪는 각종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하고, ‘산업영향평가’를 시행해 규제 배경이 아닌 실제 성과를 따져 저성과 규제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또 정부 의지만으로 추진 가능한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한다든지, ‘첨단산업군’에 한해서라도 예외 적용을 시도해 보자고 강조했다.
끝으로 메가샌드박스 등의 거대 실험을 통해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앵커기업에 파격적 지원을 실행하자고 했다. 지원방식도 ‘나눠주기식’이 아닌 민간이 투자계획을 제안하면 정부가 매칭하는 ‘프로젝트 지원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정부가 임시방편이라도 해주면 기업 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며 “정부가 규제 개선을 한다면 기업도 시그널을 받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민관이 마일스톤(이정표)을 정해서 경제 성장을 같이 그려나갔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경제는 선도 경제로의 전환이 지체되면서 경제율이 하락했다”며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만큼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는 저성장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대외적으로 중국 기술 추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기업도 비상상황에 걸려있다”며 “이에 정부는 모든 국가시스템을 선도 시대에 맞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가진 탄탄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활력제고를 위해 기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형벌 규제를 30%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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