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의료시대’가 온다

시사위크
우주선 재활용 가능성이 기대되면서 ‘화성 이주’와 ‘화성 여행’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비행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우주 의료(Space medicine)’ 기술 연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우주 개척을 위해선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우주선 재활용 가능성이 기대되면서 ‘화성 이주’와 ‘화성 여행’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비행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우주 의료(Space medicine)’ 기술 연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우주 개척을 위해선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초대형 무선 스타섭의 무인 시험발사를 성공했다. 9개월여 만에 이뤄 10차 발사를 안정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에 스페이스X는 그간 목표로 한 우주선의 ‘재사용’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성공을 기반으로 향후 스타십을 ‘화성 우주 버스’로 활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발사로 우주선 재활용 가능성이 기대되면서 ‘화성 이주’와 ‘화성 여행’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비행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우주 의료(Space medicine)’ 기술 연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우주 개척을 위해선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민간 상업 우주 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은 상업용 우주비행시대, 특히 ‘우주여행산업’ 대중화를 포석에 두고 진행된 프로젝트다./ 스페이스X
인류 최초의 민간 상업 우주 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은 상업용 우주비행시대, 특히 ‘우주여행산업’ 대중화를 포석에 두고 진행된 프로젝트다./ 스페이스X

◇ 우주 극한 환경, 뼈와 근육이 녹는다

일단 우주 의료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는 ‘근력’이다. 우주는 중력이 매우 약한 ‘미세중력’ 상태다. 이 경우 중력으로 인한 부하가 없어 운동 능력이 감소한다. 때문에 근육이 약화된다. 반년의 시간 동안 우주정거장과 같은 무중력 공간에 머물 경우 약 50% 근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뼈의 강도 역시 크게 줄어든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생체공학과 마리야 스타브니추크 교수 연구팀은 우주비행을 경험한 148명의 골·근육 밀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체와 골반, 하체 골격에서 각각 1.4%, 6.2%, 4.9%의 골밀도 감소가 발생했다. 

반면 두개골의 골밀도는 오히려 2.2% 증가했다. 신체가 우주공간을 위험 지역으로 인식, 스스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골밀도가 증가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이 세포 자체에 영향을 미쳐, 노화의 가속화도 발생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9년 스콧·마크 켈리 쌍둥이 형제 중 1명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보냈다. 스콧 켈리는 우주비행사로 우주정거장에, 마크 켈리는 지구에 남아 임무를 수행했다.

이때 놀라운 것은 수개월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스콧 켈리가 지구에 있던 마크 켈리보다 노화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소기관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스콧 켈리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지구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자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기도 했다.

우주에서의 골밀도 감소 통계./ 그래픽=박설민 기자
우주에서의 골밀도 감소 통계./ 그래픽=박설민 기자

◇ 우주인의 특명, ‘근손실을 막아라’

그렇다면 우주 환경에서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전 세계 우주 연구기관에서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우주비행사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먼저 NASA는 우주비행사의 근력, 건강 상태 재활을 위한 ‘ASCR’ 그룹을 운영 중이다. 의료진, 운동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과학자들로 구성된 ASCR그룹은 우주비행사들의 훈련과 우주생활 모니터링, 귀환 시 신체적 상태 준비 등을 관리한다.

ASCR그룹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NASA가 발사한 우주선에는 운동장비가 단 ‘세 가지’ 뿐이다. 일반적으로 헬스장에 수십개가 넘는 운동머신과 바벨, 덤벨이 즐비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주선 발사에 필요한 중량 최소화 및 안전을 위한 조치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NASA가 운영하는 세 가지 운동기구는 △복합 작동 하중 지지 외부 저항 러닝머신(COLBERT) △자전거 에르고미터(CEVIS) △저항 운동 장치(ARED)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위한 기구들이다. 특히 저항 운동 장치는 우리가 헬스장에서 주로 운동하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의 다양한 동작도 구현 가능하다.

이 같은 근력 운동은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복귀한 후 중력 1G(지구 표면에 작용하는 표준 중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NASA 측에 따르면 우주 환경에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할 경우, 미세중력으로 인한 근·골밀도 감소의 30~40% 가 완화된다고 한다. 미생물, 세포의 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지구 환경처럼 완전한 건강 유지는 불가능 하지만 어느 정도 건강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김현우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KAIST) 교수는 “우주 탐사를 위한 우주 의학·생물학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우주와 같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의 근 위축 및 근력 약화의 기전 연구를 통해 병리학적 상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NASA가 운영하는 세 가지 운동기구는 △복합 작동 하중 지지 외부 저항 러닝머신(COLBERT) △자전거 에르고미터(CEVIS) △저항 운동 장치(ARED)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위한 기구들이다./ NASA
국제우주정거장에 NASA가 운영하는 세 가지 운동기구는 △복합 작동 하중 지지 외부 저항 러닝머신(COLBERT) △자전거 에르고미터(CEVIS) △저항 운동 장치(ARED)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위한 기구들이다./ NASA
복합 작동 하중 지지 외부 저항 러닝머신(COLBERT)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우주비행사의 모습./ NASA
복합 작동 하중 지지 외부 저항 러닝머신(COLBERT)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우주비행사의 모습./ NASA

◇ 외과수술, 아직까진 불가능

다만 아직까지 우주환경에서의 ‘외과적 수술’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세중력 상황에선 액체도 공중에 떠다닌다. 때문에 수술 시 발생하는 출혈, 혈액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억지로 수술을 시도할 경우, 혈액과 약품 유출로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 큰 고장이 발생할 수 있어 승무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물론 관련 연구 및 시도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네브라스카대학교 외과의사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소형 로봇팔 ‘SpaceMIRA’를 활용한 모의 수술을 진행했다. 6명의 의사로 구성된 의료진은 원격으로 로봇팔을 조종,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외과수술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수술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다만 통신 지연 문제, 응급상황 대응 불가는 큰 장애물로 꼽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와 우주정거장 간 통신 지연 시간은 약 0.85초 정도다. 동맥이나 심장 등 급소 부위의 수술을 진행할 경우 이 짧은 시간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과 연구진도 ‘우주에서의 외과수술(2022)’ 연구 논문을 통해 “현재의 로봇 수술 시스템은 우주 환경에서 대량 출혈이 나거나, 개복, 개흉 수술 등에 적합하지 않다”며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우 교수는 “현재로써 우주 현장에서 발생한 외과적 부상을 수술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말 긴급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일단 출혈을 막고 우주선 내부에 날아다니는 혈액과 생체 조직을 수거해 2차 피해 발생을 막는 것이 그나마 최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우주환경에서의 ‘외과적 수술’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진은 네브라스카대학교 외과의사가 로봇팔을 이용, 우주정거장에서 모의수술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virtualincision
다만 아직까지 우주환경에서의 ‘외과적 수술’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진은 네브라스카대학교 외과의사가 로봇팔을 이용, 우주정거장에서 모의수술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virtualincision

◇ 우주 환경, “오히려 좋아”… 신약개발·치료법 등 연구 활발

다만 이 극한의 우주환경이 오히려 의학 연구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우주 환경에서는 근육과 뼈 뿐만 아니라 세포 자체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물질의 화학적 반응도 지구환경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우주청(ESA)에서는 ‘SciSpac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우주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진행, 골다공증, 근위축증, 심혈관 질환 등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치료법에 새로운 해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ESA는 SciSpacE 프로그램은 우주비행사들의 20일 이하 단기 임무 수행 후 골밀도 손실 조사하고 있다. 또한 분자 마커를 우주비행사의 골격에 표시하고 추적하는 ‘Bone on ISS’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뼈가 어떻게 재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장기적 관찰이 가능하다. ESA는 이를 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기반의 ‘디지털 트윈 골격’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에서도 우주는 새로운 무대가 될 전망이다. 놀랍게도 이는 1983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 진행된 임무 덕분이다. 당시 우주선 내 실험실 ‘스페이스랩 1’에서 과학자들은 단백질 합성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균일한 단백질 결정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우주의 미세중력 조건에서 두 가지 모델 화합물인 ‘베타-갈락토시다제’와 ‘리소자임’을 이용, 단백질 결정을 생성했다. 그 결과, 지구 중력에 노출됐을 때보다 결정 부피가 각각 27배, 1,000배 크게 만들어짐을 확인했다. 지구에서는 중력으로 인해 물질이 뒤섞이는 대류 현상이 발생해 결정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세 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선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관련 산업 규모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코히런트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제 우주 의료 시장 규모는 이미 9억4,870만달러(약 1조3,22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오는 2032년엔 19억6,970만달러(약 2조6,59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신약개발을 필두로 한 우주 의료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부터 우주 신약 실험을 위한 ‘필박스 2호’를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렸다. 필박스는 단백질 기반 의약품 제조, 단백질 구조 분석을 위한 장치다.

김현우 교수는 “지구에서 물질을 합성할 떈 뭔가 결과가 좋지 않고 품질도 문제가 있었던 합성이 우주에서 진행하니 너무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며 “최근 우주 학회에서도 제약회사들이 현재의 제약 프로세스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우주 제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의 환경은 세포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래엔 암 치료와 관련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암세포는 종류와 증상이 너무나 다양해 아직 체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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