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 창업자 백승욱 의장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주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백 의장이 단순한 거주 이전을 넘어, 미국 시장 확대와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라는 전략적 목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백승욱 의장이 지난 7월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격인 캘리포니아 팔로알토로 거주지를 옮겼다. 앞서 그는 미국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챙기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실적도 이러한 선택을 뒷받침한다. 해외 매출 비중은 92%에 달하는데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유방암 검진용 AI 솔루션 '세컨드리드(SecondRead) AI'의 현지 출시 이후 유료 전환율이 높아지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병리 진단 솔루션 '루닛 스코프' 역시 상반기에만 91% 성장하며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루닛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70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적자 41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률은 이전 대비 76% 이상 개선됐다.
루닛 관계자는 "주식보상비용 등 비현금성 항목 때문에 손실이 확대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 현금흐름은 구조적 개선세에 있다"며 "핵심은 매출 확대와 손실률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7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를 미국 시장 성장 원년"이라고 설명했다.

루닛은 백승욱 의장 미국행 직후인 8월 19일 미국 영상진단 서비스 기업 아큐민(Akumin)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역 1000개 이상 의료기관에 ‘루닛 인사이트 DBT’를 공급하게 됐다. 지난해 인수한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00여개 센터에서 연간 100만건 이상 유방 촬영 분석을 수행하고 있어, 미국 사업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백 의장의 또 다른 구상은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다. 미국 현지에서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루닛 이사회 멤버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이사회 구성을 다변화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전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AI, 의료 전문가 등 미국 내 유수 인사들이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루닛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한층 더 신뢰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일각에서 창업자의 미국행에 대해 아예 사업 기반이 바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루닛 관계자는 "백 의장은 O-1 비자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국적은 한국 국적 그대로이고, 세금도 한국과 미국 양쪽에 모두 납부한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O-1 비자는 과학·예술·비즈니스 등에서 국제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입증한 인재에게 주어지는 '예외적 능력자 비자'로, 쿼터 제한 없이 최대 3년간 체류 후 연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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