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밥 먹여주는 '아육대', 역조공 문화의 명암 [MD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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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대에서 아이돌이 팬들에게 제공한 식사./소셜 미디어 X (옛 트위터)

[마이데일리 = 이해린 인턴기자] K팝 팬들에게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MBC에서 방영하는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다. '아육대' 녹화가 진행된 지난 25일 소셜미디어는 아이돌의 다양한 역조공으로 떠들썩했다. 많은 사랑을 주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아이돌은 '아육대'에서 역조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돌이 밥을 주지 않으면 팬들을 하루 종일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응원석을 마련해 팬들과 함께 녹화를 진행하는 '아육대'는 300명이 넘는 아이돌이 참여하는 만큼 촬영 시간이 길다.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하루를 팬과 아이돌 모두 녹화장에 갇혀 지내야 한다.

팬들은 마음대로 녹화장을 벗어날 수조차 없다. 그래서 '아육대' 초기에는 팬들이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팬들이 굶주리는 걸 볼 수 없었던 아이돌과 소속사는 팬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아이돌이 역으로 팬들에게 선물하는 일명 '역조공'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아육대' 녹화 현장에도 뷔페 못지않은 상차림이 차려졌다. 그룹 앤팀(&TEAM)은 점심으로 스테이크, 랍스터, 장어 도시락을 팬들에게 제공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메뉴 구성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룹 누에라(NouerA)는 '동대문엽기떡볶이'를 1인당 1통씩 제공했다. 이 외에도 여러 아이돌이 피자, 삼계탕 등 다양한 음식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팬들에게 선물했다.

아육대에서 아이돌이 팬들에게 제공한 선물./소셜 미디어 X (옛 트위터)

시간이 갈수록 역조공은 발전했고, 세 끼 식사로는 부족해졌다. 이제는 선물과 이벤트도 필수다.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은 이번 '아육대'에서 미니 매점을 열어 팬들에게 과자와 물을 제공했다. 밴드 루시(LUCY)는 스탠리 텀블러, 양산, 짐색 등 다양한 물품과 더불어 집에 돌아갈 때 사용할 택시비 3만원까지 선물했다. 그룹 루네이트(LUN8)는 식후에 팬들과 영상통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아육대'에서 역조공은 필수가 되었고, 음식이나 선물이 부실하면 비난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간단한 도시락이나 음료를 제공했지만 팬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서로가 받은 것을 비교하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다 보니 무언의 경쟁 같은 것이 생겨버렸다. 결국 팬들끼리 '누구의 역조공이 제일 화려하고 좋았나'를 이야기하는 역조공 '줄 세우기' 현상까지 생겨났다.

팬들 입장에서 '역조공'은 아이돌의 '팬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아이돌과 팬의 유대를 엿볼 수 있는 문화기도 하다. 팬들은 "아이돌이 밥 먹여준다는 게 이제 사실"이라며 즐거움을 표했다. 아이돌의 신박한 선물과 메뉴는 팬들뿐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했다. 중소 소속사 아이돌의 경우 역조공이 빚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으면 3~40명부터 많으면 100명 정도의 팬들이 '아육대' 녹화에 참여한다. 이 인원에게 세 끼와 간식, 선물까지 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팬 동원해서 촬영하는 방송사 측에서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모든 부담을 아이돌 측으로 돌리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어도 밥 정도는 방송사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역조공 문화가 보기에는 화려하고 즐거워 보이지만 이면에는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 아이돌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한다는 역조공의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방송사, 소속사, 아이돌과 팬 모두가 올바른 역조공 문화 정립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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