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전승절)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다자외교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이번 전승절 행사 참석에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북중러 밀착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에 참석한다. 앞서 중국 외교부와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일제히 알렸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관계기관을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이번 방중이 김 위원장의 집권 후 첫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권력 승계 이후 양자 외교에 나선 적은 있지만,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에 따르면,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각국 정상급 인사 26명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이 대통령을 대신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할 전망이다.
첫 다자외교 무대로 ‘중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오래된 우방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관계는 최근까지 매끄럽지 않았다. 위태롭던 북중관계는 지난해 6월,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 격화됐다. 지난해 7월에는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북한 전승절 행사에 불참했고, 중국 다롄에 설치돼 있던 김 위원장 발자국 동판도 제거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북한 역시 올해 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하장을 노동신문 1면에 배치한 것과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하장은 간략히 보도했다.

◇ 북중러 정상 한자리… 연대 포석?
이렇다 보니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일차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을 강화했지만,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지속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도 굳이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끌고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대국 사이에서 완충지대로서의 이점을 활용해 온 북한의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여가 단순히 중국과 관계 복원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미 대화’에 공감대를 이룬 상황인 만큼, 북한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다. 우수근 산동대 객좌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쉽게 말하면 몸값을 높인 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중국 견제’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중국으로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그림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9일 YTN ‘뉴스 UP’과 인터뷰에서 “2018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발표하니까 그 순간에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며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북한에 대해서 확실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된 가운데,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들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3자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있는 러시아와 북한과의 연대가 중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능성이 높은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일단은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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