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56)] 귀농강의를 준비하며

시사위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이후 종종 귀농강연을 통해 나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에도 고양사랑박람회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뜨거운 수확을 하고 있다. 매년 하는 여름 수확이지만 적응이 안 된다. 하우스 농사라 차광막을 치고 해도 하우스 안은 찜통이 따로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월에 하우스가 무너지고 다시 작물을 심었더니 수확량이 반의반토막이 날 정도로 적어서 작년보다는 일이 덜하다. 비라도 자주 오면 하우스 비닐을 내리고 보다 시원하게 수확을 할 수 있는데 비도 정말 안 온다. 

지난 6월에 한 연락을 받았다.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창농·귀농 고향사랑박람회에서 강의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8월 말에 서울로 올라가 귀농강의를 하게 됐다. 귀농강의를 준비할 때는 매번 똑같은 자료가 아니라 그때그때 나의 상황들을 반영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오늘은 강의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을 말해보려고 한다.  

아내가 일을 시작하고 혼자 농사일을 한지 어느덧 4개월이 넘었다. 아내는 7년 만에 직장생활을 하는 건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농사일을 하다 틀에 박힌 직장생활을 하니 매일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계약직이다 보니 분명한 단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원래 세상이 힘든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또 다른 일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일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 보여 기분은 좋다.

처음에는 농사일을 혼자 하는 것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었는데, 지금까지 결론은 생각보다 할만하다. 나는 농업에 집중하고, 아내는 따로 수입을 얻으니 특히 농한기에도 경제적으로 좋다. 

단, 내가 농사를 처음 짓는 상황이었다면? 절대 못했을 거다. 노하우 없이 혼자 농업을 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농부로 산지 어느덧 7년 정도 됐고, 시기마다 뭘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지 잘 알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작물도 2개에서 1개로 줄이고, 효율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우스를 다시 지을 때도 돈이 더 들더라도 손을 덜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반영했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도 수확기에 일손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이건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아내는 주말과 연차를 활용해 여름 수확을 같이 하고 있다. 가을 수확 때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곧 있으면 다시 농사일로 복귀한다.

그나마 올해는 수확량이 저조하지만, 내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잘 짜야한다. 지금 계획으로는 올해와 비슷하게 아내는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인력을 구하는 걸 생각 중이다. 예전에는 1인당 12만원하는 인력을 사서 쓰는 게 너무 아까웠다. 보통 인력을 1명만 쓰는 것도 아니고, 하루만 쓰는 것도 아니다. 2~4명을 일주일도 쓴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한 달 반에서 두 달을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부터 저녁엔 라이트까지 켜고 벌레에 물려가며 일을 했다. 

그런데 아내가 돈을 벌어오니 그 돈으로 인력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 건지 먹고 살만 한 건지, 몸을 쓰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아내만 돈을 벌어오고 있는 건 아니다. 나 역시 방과 후 강사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리는 귀농 이후 연차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나 혼자 농사일을 맡고 있다. / 청양=박우주

돌이켜보면, 귀농 연차에 따라 또 처한 상황에 따라 농업을 꾸려나가는 방식도,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강의를 준비하면서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하는 상황이었던 내가 지금은 어떤 가치관을 갖게 됐는지 다시 정리해봤다. 그것을 바탕으로 강의의 핵심 내용은 ‘나만의 행복 기준을 찾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로 삼았다. 또 ‘반농부’라는 개념을 전파하고자 한다.

그동안 수많은 귀농강의를 해봤는데, 100명이 들으면 5명은 귀농을 할까 정도였다. 귀농을 망설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단 ‘대단한 도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버리고 흙먼지 속에 더럽고 힘들게 일만하는 농부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귀농을 한다고 했을 때도 모두가 놀라고 말렸다. 농업은 굉장히 힘들고, 반면 돈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중에도 이런 인식을 없애보고자 하는 게 있었다.

최근엔 소위 ‘억대농부’ 청년농부 등이 부각되면서 인식이 좀 나아지기도 했다. 문제는 스마트팜이나 대형 농업시설을 가진 농부만 너무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인터넷에 ‘청년농부’라고 검색만 해봐도 대농이나 후계농들을 다루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 같은 사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보니 평범하게 도전을 하려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억대농부는 억대를 투자해야 될 수 있다. 물론 정부에서 하는 ‘억 소리’나는 지원도 많다. 하지만 큰 투자를 하거나, 큰 빚을 지거나, 큰 지원을 받지 않고도 귀농할 수 있는, 그래서 농촌과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지방이 소멸하지 않기 위해선 사람이 와야 한다.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 다만, 지방 농촌의 일자리는 수도권과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와 어려운 경쟁을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방안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작은 기업이거나 소상공인이라도 농업과 일자리를 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충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거다. 근무시간을 하루 6시간 정도로 한다거나, 주 4일제를 한다면 일과 농업을 얼마든지 겸할 수 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소멸위기인 지방을 살리려면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돈을 많이 지원해줄 테니 농업에 모든 걸 걸어보라고 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나는 반대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나만의 행복 기준을 찾는 거다. 그러면 귀농하기 더 쉬워진다. 수도권에서 못 느꼈던 시골만의 장점을 느끼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보통 SNS에 보이는 것들이 행복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여기선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이 존재한다. 교통체증이나 지옥 같은 출퇴근길이 없는데서 오는 행복, 여유로운 시간 덕에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는 행복, 무엇보다 미래를 생각할 때 비록 억대농부는 아니어도 평생 돈 때문에 불안함은 없겠구나 하는 평온함이 있다.

결국 강의를 통해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성공한 사람들만 보고 쫒아갈 것이 아니라, 나만의 귀농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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