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의료인의 태아 성별 감별을 금지하던 의료법 규정을 정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송파갑)은 28일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감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 사문화된 규제 정비… ‘태아성감별’ 허용
현행 ‘의료법’ 제20조 제1항은 의료인의 태아 성별 감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는 임신 32주 전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인 의료법 제20조 제2항을 위헌 결정 내린 바 있다. 헌재는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의 직접적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성별 고지는 허용됐지만 의료인의 성감별 검사는 금지되는 상충의 문제가 발생했다. 의료인의 태아 성별 감별 자체를 금지한 제1항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부모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의 직업 수행권을 동시에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혈우병이나 성염색체 이상과 같은 유전질환 진단에도 태아 성별 감별이 금지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긴다”며 “환자의 요청에 응하면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의료인의 태아 성별 감별을 법으로 전면 금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과 인도가 유사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인도는 1994년 ‘수정 전 및 산전 진단기술법(PCPNDT)’을, 중국은 ‘인구 및 가족계획법’을 통해 의료 목적 외 성별 감별을 제한한다. 반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가는 의료인의 진료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정훈 의원은 의료인의 태아 성별 감별 진료를 전면 금지하는 제1항이 여전히 존치돼 부모와 의료인의 정당한 권리를 불필요하게 제한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인의 ‘태아성감별 허용’법을 발의했다. 성별 고지와 성감별 검사 금지 사이의 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의학적 필요에 따른 합리적 의료행위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박정훈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만큼, 이미 사문화된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고, 의료인이 합법적·필요한 의료 행위를 위축 없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의료 현장의 합리성과 환자 권익을 함께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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