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Peace Maker)라고 치켜세우며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가급적이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 거기에 저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꼭 해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과 회담하기를 바란다”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기조를 강조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실어 왔다. 하지만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9일 북한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단호한 태도는 ‘비핵화는 없다’는 명시적 선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도도 역력하다. 우리 정부가 내미는 ‘화해’의 손길도 결과적으론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의중은 북한의 담화에서도 드러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9일 발언에서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했다.

◇ ‘한국 배제’ 노골화하는 북한
북한이 남한을 ‘체제 위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남북 대화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가운데 미국은 좋은 우회로다. 대북제재 완화 등 실질적 ‘선물 보따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본격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을 겨냥 “비핵화 망상증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점을 직격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만을 겨냥한 비난을 내놓은 것은 한국과 미국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도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미국의 이익을 전제로 북한의 핵을 용인해 주는 방식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지금은) 통미봉남을 걱정하면 안 된다”며 “순서를 먼저 그들에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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