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둔 ‘노란봉투법’… 6개월 골든타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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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편으로 산업현장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 사진=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편으로 산업현장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 사진=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노란봉투법’ 연착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6개월 뒤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산업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청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게 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돼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경제계는 “산업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신속한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환영과 반발 사이… 산업현장 혼란 최소화가 관건

지난 24일 국회는 재석의원 186명 중 183명의 찬성으로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가결했다. 2004년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의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보장 법안이 발의된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앞서 노란봉투법은 지난 윤석열 정권 시절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모두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아 노동자들의 숙원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다. 다단계 하도급과 특수고용처럼 복잡한 고용구조에서는, 실제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이 책임을 피하고, 계약상 사용자에게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해당 법안은 우선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이유로 노동조합을 부인하던 조항을 삭제하고,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사업 경영상 결정과 단체협약 위반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해 노동자 권리를 실질화했다.

아울러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문제도 제한 규정을 신설해 노동조합 활동 위축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을 명문화 하고 △정당행위 △남용금지 △책임경감 △신원보증인 면책 등 규정을 신설해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당한 법적 책임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24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켜,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도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24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켜,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도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노동계와 경제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우선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가 숙원이었던 만큼 적극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배달호 열사, 김주익 열사를 비롯한 숱한 동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이번 개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의 얼굴을 보겠다며, 교섭 자리를 만들어 달라며 거리에서 절규했던 목소리가 마침내 국회에 닿았다”며 “정리해고·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존 자체가 부정당했던 현실 속에서도 싸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지난 세월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계는 산업현장의 혼란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 범위와 쟁의권 확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각 하청·원청 노동조합과 교섭을 벌여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법 조항만으로는 사용자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시행 초기 현장에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며 “보완 입법과 지침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국제표준에 맞춘 사용자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법안 공표 후 시행까지 걸리는 6개월 유예기간은 사실상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전까지 노사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TF를 구성하고,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과 우려를 분석해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법안이 통과되자 바로 입장을 밝혔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기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의 빠른 입장 발표는 대처가 좋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내실의 중요성을 꼬집기도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유예기간에 법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판례와 현장 경험을 반영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개월 동안의 준비가 연착륙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며, 정부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 없이는 법 시행 이후 수년간 산업현장의 혼란과 법적 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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