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운수권 재분배 목전… 알짜노선 누구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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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이르면 다음달 재분배 예정인 국제선 운수권에 중국 베이징,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알짜 노선이 포함돼 LCC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뉴시스
국토부가 이르면 다음달 재분배 예정인 국제선 운수권에 중국 베이징,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알짜 노선이 포함돼 LCC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다음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운수권과 슬롯을 재분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사의 합병에 따른 독과점 방지 조치로, 재분배되는 주요 노선으로는 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됐다. 이 노선들은 여객 수요가 많아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재분배하는 운수권 및 슬롯은 국제선 26개와 국내선 8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분배되는 국제운수권과 슬롯에서는 △일본 오사카·나고야·삿포로 △중국 베이징·상하이·장자제·시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이 포함돼 LCC들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운수권 재분배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점유율이 50%가 넘는 노선의 운수권은 반납하기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조적 조치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인 등 9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 허용을 발표했다. 이후 올해 1~7월 기간 중국 주요 노선의 여객 수는 큰 폭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 픽사베이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인 등 9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 허용을 발표했다. 이후 올해 1~7월 기간 중국 주요 노선의 여객 수는 큰 폭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 픽사베이

먼저 이번에 재분배되는 중국 노선을 살펴보면, 올해 1∼7월 기간 중국 베이징·상하이·장자제·시안 노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전부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인천∼장자제·시안 노선은 전년 동기 대비 이용객 수 증가율이 60% 이상을 기록했으며, 인천∼상하이 노선도 여객 증가율이 27.7%를 기록했다. 베이징의 경우 서우두 공항 노선이 18.8% 증가했으며, 다싱 공항은 26.4% 성장했다.

중국 노선의 경우 우리 정부가 경제·관광 활성화를 위해 오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해 LCC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동남아 최대 비즈니스 도시로 손꼽힌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왼쪽 아래 원형 건축물)과 도심 야경. / 인도네시아 관광청, 셔터스톡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동남아 최대 비즈니스 도시로 손꼽힌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왼쪽 아래 원형 건축물)과 도심 야경. / 인도네시아 관광청, 셔터스톡

이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비즈니스 도시로 꼽힌다. 비즈니스(상용)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항공권 운임도 동남아 노선들 중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만큼 LCC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여객 수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올해 1∼7월 기간 여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2019년 1∼7월과 비교하면 1.8% 감소한 수준이지만 거의 다 회복한 모습이다.

일본 노선의 경우, 수요가 꾸준한 지역인 만큼 LCC들은 운항 횟수를 한편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힘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운수권 재분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평가되는 LCC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는 티웨이항공이 일부 알짜 노선 확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항공 2개 항공사의 경우, 취항지에 비해 보유 항공기 수가 넉넉하지 않은 만큼 운수권 확보보다는 안정적인 운항을 가능하도록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진그룹 계열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경우 이번 운수권 재분배 참여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독과점 우려 노선의 운수권을 경쟁사들에게 나눠주는 것인 만큼 한집안의 항공사가 이를 다시 가져가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국토부 운수권 재분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국토부 운수권 재분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의 경우, 현재 부산 김해공항에서 베이징 서우두·다싱, 상하이, 장자제, 시안 노선에 취항해 운항 중이다. 즉 인천공항에서 해당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운수권과 슬롯을 확보하면 즉시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은 최근 인도네시아 노선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카르타 운수권 확보를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노선망이 제주항공에 비해 취약하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취항 중인 중국 노선으로는 △인천∼상하이·정저우·옌타이(연태) △부산∼옌지(연길) △청주∼상하이·장가계·옌지 △제주∼상하이 5개 지역 등 8개 노선이다. 이러한 만큼 이번 기회를 노려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를 동시가 잡을 수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알짜 노선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도 아직 중국 노선 중에서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취항을 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유럽 주요 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이관받는 등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항공사로 평가된다. 이러한 만큼 올해 운수권 재분배에서는 LCC들의 균형 성장을 위해 티웨이항공에는 최소한의 운수권이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위닉스의 파라타항공도 이번 운수권 쟁탈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파라타항공은 이달 내 또는 다음달 초 국토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받아 9월 내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기는 연말까지 3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만큼 국제선 운항을 위한 운수권과 슬롯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에서 다음달 운수권 재분배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큰 틀에서는 4개 항공사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번 국토부 운수권 재분배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티웨이항공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토부가 운수권배분 규칙과 관련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나 아직까지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 뉴시스
국토부가 운수권배분 규칙과 관련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나 아직까지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 뉴시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국토부가 지난 6월 5일 발표한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운수권배분규칙)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항공 분야 안전성 강화 등을 위해 발표한 ‘항공안전혁신방안’에 따른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항공사인 제주항공이 이번 국토부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운수권배분규칙 일부개정안’은 아직 국회입법예고 시스템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 또 운수권배분규칙은 지난해 6월 일부개정된 것이 최신판이며, 국토부가 추진 중인 일부개정안 내용이 새롭게 추가 되는 ‘제15조(배분내용 결정 등)’에도 제4항과 제5항은 아직 추가되지 않았다.

즉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운수권배분규칙 일부개정안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것이다.

관건은 국토부가 운수권 배분에 대해 심사를 진행할 때 아직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인 무안공항 참사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지 여부다. 해당 조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당장 제주항공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국토부가 제주항공을 배제한다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를 1년간 배제한다는 기준은 ‘정기 운수권 배분’에 해당되는 것이며, 이번 운수권 재분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공정위의 조치라는 점에서 제주항공이 배제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다만 각 항공사들이 운수권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평가하는 심사위원 채점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 수 없어 예단하기는 어려운 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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