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경제사절단 가서 내놓은 ‘보따리’…7000억 현지 공장 인수해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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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자동차·조선·반도체 중심의 이재명 대통령 16인 경제사절단에 유일하게 제약바이오 기업가로 참여한 가운데 미국 현지 공장 인수와 고용까지 아우르는 풀체인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27일 대통령실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추진 중인 현지 생산기지 인수 계획과 맞물려 가시적 성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경제사절단은 '소수정예' 원칙 아래 단순한 외교 수행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꾸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가 인하 정책에 기여했고, 미국 제약사에 위탁 생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양국이 바이오의약품 선두주자로서 혁신적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 미국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제약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발생하는 미국에서 입지를 넓히는 것이 곧 회사 성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약 7000억원 규모의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일치한다.

미국이 임상과 FDA 승인, 글로벌 제약사 협력의 중심지인 만큼, 현지 생산시설 확보는 임상부터 생산·판매까지 이어지는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이의 미국 내 입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북미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고, 현재 11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이다. 판매 제품은 2030년 22개, 2033년 41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7월 2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기업에 대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캡처

인수 대상 생산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인 c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곳으로, 연내 인수를 마무리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 판매량 증가에 따라 3000억~7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서 회장은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중심인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로 관세 불확실성을 사실상 해소했다. 미국이 '메이드인 USA'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생산기지 확보가 관세 부담 해소는 물론, 입찰 시장 진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 현지 고용 창출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배경에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도 작용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현지 생산을 모색해왔다. 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장기간의 공사 기간, 높은 인건비 등 관리 비용 부담 탓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현지 시설 인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이번 투자를 단행했다.

삼정KPMG는 한미정상회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제약바이오업계는 의약품 고율 관세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미 투자와 협력 확대가 주목된다"며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관세 부담이 높은 국가로 꼽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현지 생산기지 확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셀트리온의 행보가 관세 리스크 대응 전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한국 바이오 산업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의 합류는 셀트리온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 산업 전반이 새로운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라며 "삼성·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바이오 강국’ 도약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절단에는 서정진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핵심 기업인들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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