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발언’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은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 자칫 얼어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칭찬 세례’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녹였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면서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한반도 평화’라는 공동의 의제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대통령실은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고 이번 회담을 자평했다.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시작도 전에 흔들렸다. 회담을 약 두 시간가량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정치권 곳곳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진행된 회담은 시작부터 팽팽했다. ‘협상의 달인’ 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원하는 청구서를 공개적으로 들이밀었다. 그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원한다고 다 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청하는 것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미국산 ‘B-2 폭격기’를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러한 미국의 뛰어난 군사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팽팽한 협상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이 대통령의 ‘칭찬’이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Oval Office)을 새로 꾸미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대통령님의 꿈인데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게 다우존스지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면서 회담장의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을 넘어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서의 역할이 정말로 눈에 띄는 것 같다”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에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이에 굳어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도 풀어졌다.

◇ 대통령실 “호감과 신뢰 쌓는 시간”
복잡한 현안과 달리 한반도 평화 문제는 양국 모두 관심을 가질 사안이라는 점이 긍정적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2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 동기를 북돋아 주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홍 전 원장은 “여건이 안 될 때는 친구인 미국이 나서게 하고 결국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관계 정상화 쪽으로 가는 동력을 얻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지적한 특검의 교회 및 미군기지 압수수색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해명하기도 했다. 설명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며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서로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국익에 부합하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한미동맹의 기틀을 굳건히 함으로써 진보 정권의 약한 고리로 평가돼 온 ‘반미·친중 이미지’를 불식시켰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경제통상 분야의 세부 협상이 남은 상황인 데다가 합의문이 작성되지 않음으로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 등은 한계로 평가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해석이 갈리는 대로 갈 수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 해석이 맞아’ 이런 식이지 않나. 그래서 조금 부담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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