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첫 재판… ‘권력형 범죄’ 수면 위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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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이 기소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이 26일 첫 재판에 들어갔다. 이번 재판에서는 삼부토건 경영진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며, 주가조작 개입 여부와 고의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지 기업 범죄에 그치지 않고 정권 실세와 기업 간 유착, 외교·국방 정책의 사익화 의혹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삼부토건 재판, 주가조작 넘어 권력형 비리 밝힐 시험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1호로 기소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은 경영진의 단순한 자본시장법 위반 재판으로 보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삼부토건 경영진의 △주가조작 공모 여부 △허위 정보 유포에 따른 시세조종 등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야 할 핵심이지만, 이는 결국 ‘정권 연루 의혹’을 풀어낼 실마리인 셈이다.

이 사건은 2023년 건설업계 중견사인 삼부토건의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하며 시작됐다. 2023년 1월 당시 삼부토건은 주가가 1주당 500~8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삼부토건 주가는 1,050원에서 5,500원까지 다섯 배 이상 올랐다.

특검팀은 이 같은 주가 급등 배경에 삼부토건 경영진의 의도적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부토건 경영진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가해 각종 MOU를 맺는 등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실질적인 수주 계약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삼부토건의 재무 상황으로는 대형 공사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했고, 해외 수주 실적 역시 전무했다.

특검팀은 이런 상황에서 삼부토건 경영진이 주식 매매를 통해 369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이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26일) 열린 첫 재판에서 두 사람은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임에도 직접 법정에 나와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고 공모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건희 씨의 최측근이자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김건희 씨의 최측근이자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이 재판의 관전 요소는 비정상적인 주가 급등 과정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김건희 씨와 친분을 과시해 온 인물이다. 그는 당시 ‘멋쟁해병’이라는 단톡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이후 대규모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확인된 ‘시세조종 패턴’과 같은 양상이다.

또한 삼부토건 경영진이 참석한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인사와 민간기업 대표가 해외 행사에 나란히 참여한 것은 사실상 정부가 보증을 서는 듯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부토건이 해외 건설 역량을 갖추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실제로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책 행사와 외교 무대를 기업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결국 이번 재판은 단순한 건설사 주가조작 사건을 넘어 정권과 기업 간의 유착, 그리고 국가 정책이 사익을 위해 활용됐는지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의 연속성 △삼부토건 오너 일가와 윤석열·김건희 부부 간의 유착 관계 △외교·국방 행보가 투자자들에게 신호로 작용한 정황까지 밝혀진다면 이 사건은 개별 기업 범죄가 아닌 ’권력형 비리‘의 서막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테마주’, 이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과 주가조작 세력의 재등판 정황이 입증된다면 재판은 전(前) 정권 핵심부까지 겨누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그동안 부인해 온 의혹들이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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