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신화… 세븐브로이맥주 ‘상장폐지’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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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맥주가 코넥스 시장 상장폐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 세븐브로이맥주
세븐브로이맥주가 코넥스 시장 상장폐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 세븐브로이맥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붐을 이끌었던 세븐브로이맥주(이하 세븐브로이)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속된 실적 악화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코넥스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전반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만큼, 재기 또한 험난할 것으로 우려된다.

◇ 거듭된 실적 악화에 코넥스 시장 퇴출 위기

지난 21일,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상장사 세븐브로이에 대한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1월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지 1년 7개월여 만에 퇴출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코넥스 시장은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지원을 위해 2013년 신설된 시장이다. 세븐브로이는 당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 등이 급변하면서 코넥스 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장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세븐브로이는 9월 11일 이내에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엔 법적 대응에도 나설 수 있다. 다만, 상장사로서 중대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븐브로이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게 된 건 실적 악화에 따른 회생절차 돌입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5월 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6월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코넥스시장 상장공시위원회는 지난 7월 세븐브로이의 상장적격성을 심의하기로 결정했고, 상장폐지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한제분과 함께 선보인 ‘곰표 밀맥주’가 큰 성공을 거두며 실적이 급성장했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뉴시스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한제분과 함께 선보인 ‘곰표 밀맥주’가 큰 성공을 거두며 실적이 급성장했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뉴시스

화려했던 토종 수제맥주 신화의 몰락이다. 세븐브로이는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주류시장 트렌드가 큰 변화를 맞은 가운데, 수제맥주 붐을 주도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룬 바 있다. 특히 대한제분과의 협업을 통해 선보였던 ‘곰표 밀맥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 매출액 72억원, 영업이익 3억원이었던 세븐브로이의 실적은 2021년 매출액 402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2022년에도 매출액 326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엔 매출액이 129억원으로 줄어들고 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이 84억원으로 줄고 영업손실은 90억원으로 확대되며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한제분은 2023년 3월 세븐브로이와의 상표권 계약이 종료된 뒤 제주맥주(현 한울앤제주)와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선보였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일방적 계약 종료와 제조법 유출을 주장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대한제분 역시 지난 6월 세븐브로이를 향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갈등은 가뜩이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붐이 수그러드는 가운데 세븐브로이에게 직격탄을 안겨줬다. ‘곰표 밀맥주’ 성공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제조 설비를 확충했는데, 생산 및 판매가 중단되기에 이르면서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주류시장 트렌드가 빠른 변화를 거듭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예년에 비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븐브로이 뿐 아니라 경쟁사인 한울앤제주도 적자가 지속되고 주인이 연이어 바뀌는 등 험로를 걷고 있다. 또 다른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부루잉컴퍼니도 최근 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재기가 절실한 세븐브로이가 일련의 혼란을 딛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특히 코넥스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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