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숫자는 미약해도 울림은 크다. 화려한 기록보다 라이브와 이야기를 담아 온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이제 그 무대가 새로운 계절을 연다.
오는 9월 5일 KBS 2TV '더 시즌즈'가 여덟 번째 시즌 '10CM의 쓰담쓰담'으로 돌아온다. 지난 1일 '박보검의 칸타빌레'가 막을 내리면서, 이번에는 가수 10CM(권정열)가 새 호스트로 금요일 밤 시청자들과 만난다.
'더 시즌즈'는 2023년 2월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매 시즌 다른 아티스트가 MC를 맡아온 KBS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다. '최정훈의 밤의 공원', '악뮤의 오날오밤', '이효리의 레드카펫', '지코의 아티스트', '이영지의 레인보우', '박보검의 칸타빌레'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차례로 이어왔다.
그 뿌리는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이어진 전통은 지금 '더 시즌즈'로 계승돼, 시즌제라는 새로운 형식을 더했다. 매 시즌 MC를 교체하는 방식은 국내 방송가에서도 드문 시도다. 고정 MC 체제가 주던 익숙함 대신 매번 다른 아티스트가 개성을 입히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전통과 실험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지만,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는 아쉽다. 최근 '더 시즌즈'는 시청률 0~1%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 시청률은 '오날오밤'과 '레드카펫'이 기록한 1.9%다. 바로 전 시즌 '칸타빌레' 역시 첫 회 1.5%로 출발했지만, 중반 들어 0.5%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5월부터는 편성도 밤 11시 20분으로 늦춰지며 더욱 불리한 조건이 됐다. 단순히 시청률만 본다면 아쉬운 평가가 따를 법도 하다.
그러나 '더 시즌즈'의 의미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출연 아티스트 관계자는 "일단 라이브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통은 타이틀과 짧은 수록곡뿐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힘든 무대도 선보일 수 있다. 토크를 곁들여 어떤 음악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며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양한 때에, 레거시 미디어로 대중과 만나면서 유튜브와 SNS로도 확산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원로 가수부터 MZ들이 주목하는 '힙'한 아티스트까지 넓게 세대를 아우른다. 메이저 아이돌과 인디 뮤지션은 물론 배우와 코미디언들도 무대에 오른다. 힙합·발라드·댄스뿐 아니라 대중에게는 낯선 장르도 소개한다. 이렇게 꾸려진 '더 시즌즈'의 무대는 그 자체로 기록이자 아카이브가 된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 '더 시즌즈'의 공익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더 시즌즈'는 단순히 시청률에 매달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공영방송만이 이어갈 수 있는 문화적·음악적 사명이 있다"며 "짧은 무대에 그치지 않고, 토크를 통해 아티스트의 음악과 삶, 가치관까지 풀어낸다. 시청자에게는 더욱 깊이 있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음악이 단순히 소비되는 콘텐츠로 흘라가는 시대이기에, '더 시즌즈'는 더 특별하다. 스트리밍과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가 대세가 되면서 모두가 같은 무대를 공유하는 경험은 점점 드물어졌다. 그 가운데 '더 시즌즈'는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현장 무대까지 아우르며 '공유의 경험'을 되살린다. 대중은 이러한 다양한 방식으로 아티스트와 음악을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아쉽더라도, 의미는 결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세대와 장르를 넘어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무대를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30년 넘게 이어져온 이유일 것이다. 새 시즌을 이끌 10CM는 프로그램 최다 출연 기록을 지닌 아티스트로, 대표곡을 이름으로 담아낸다. 새로운 계절을 열어 갈 '더 시즌즈', 그 무대에 다시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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