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사 1명에 고위험군 청소년 6명”… 청소년디딤센터 종사자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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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 사진=이민지 기자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저출산 문제 못지 않게 증가하는 고위험군 청소년 추세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감소하는 출산률에 반해 정서‧행동장애로 진단받는 청소년의 수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학생에게 얻어맞은 교사, ADHD‧품행장애 등으로 몸살을 앓는 교사 등의 사연이 이를 반증한다.

교육부가 실시한 ‘2023년 특수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서‧행동장애로 진단받은 학생은 1,806명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낙인 우려 등으로 인해 진단 거부가 많아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서‧행동의 어려움으로 일상에서 소위 ‘금쪽이’로 평가받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일상생활 영위 및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청소년디딤센터는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호소하는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의 전문적 치료‧상담‧교육을 지원하는 기숙형 치유시설이다. 

현재 국립청소년디딤센터는 전국에 2곳(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이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 2022년 전북 익산에 ‘국립 호남권 청소년디딤센터’ 유치가 최종 확정됐다.

◇ “어제도 학생에게 맞아”… 위험 상황에 노출되고 있는 종사자들

정서‧행동장애 학생은 돌발행동, 분노폭발 등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어 일반적인 청소년에 비해 훨씬 높은 돌봄 강도를 필요로 한다. 또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선 종사자의 단순 행동적 개입에 따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치료·재활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문성 개발은커녕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로 소진만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 어떻게 할 것 인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한국ADHD협회 김정숙 연구팀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 어떻게 할 것 인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한국ADHD협회 김정숙 연구팀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21일 국회에서는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한국ADHD협회 김정숙 연구팀장은 “현장에서 청소년을 지원하는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이야말로 정서‧행동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회복과 성장에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며 “전문성이 반드시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장기 근속자가 드물고 신규 인력도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적인 슈퍼비전 체계를 마련해 종사자가 서로 사례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낮은 처우와 불안정 고용 문제가 개선되어야 하며, 종사자의 자기돌봄과 심리적 회복 프로그램 지원을 포함해 장기근속이 가능하도록 국가 정책의 중심축을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다훈 직원협의체노동조합 대의원은 “어제도 지도 과정 중에 지도자가 아이에게 폭행을 당했다. 요즘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굉장히 크다. 중학교 2학년임에도 키가 177~180cm 정도가 돼 예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거구다”라며 “종사자들이 위기 학생을 응대할 때 신체에 일단 압도적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분노가 올라와 힘을 발휘하면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할 때가 있다. 종사자 5~6명이 모여서 위기 대응을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행 청소년 치료재활 관련 직무 자격체계는 주로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상담심리사 등이 중심이나, 실제로는 각 자격증별로 실질적인 위기개입·행동 중재 능력의 차이가 크다”며 “8기수의 수료를 거치면서 한 번도 똑같은 케이스가 없었다. 같은 ADHD라고 해도 부모님이 어떤 조건을 가졌는지 등에 따라 굉장히 다른 걸 봐왔다. 현장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슈퍼바이저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 해결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연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인력 부족 문제는 수면을 포기해야만 하는 노동 환경으로 이어져 종사자들의 소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다훈 직원협의체노동조합 대의원은 “인력 부족으로 오후 5시에 출근해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너무 인력이 부족할 땐 하루 3시간 정도만 잠을 자고 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야간 업무를 마치고 세미나에 참석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종사자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해당 종사자는 “고위험군 아이들과 함께 거주한 지 1년 정도가 됐다”며 “실질적으로 지도자와 고위험군 청소년의 비율이 1대 6이다. 이는 안전 문제 등에서 굉장한 위험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여러 가지 문제 요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 비율이 줄고 있는 만큼, 지도자와 고위험군 청소년 비율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나태준 사무관은 “지원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매년 청소년디딤센터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질적인 근무 여건이 좋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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