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GM '철수설' 키우는 건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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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이 싸움의 뿌리는 훨씬 깊다. 매년 되풀이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 전선은 결국 한국GM이라는 회사 자체가 짊어진 구조적 딜레마의 반영이다. 한쪽에서는 '철수설'이, 다른 한쪽에서는 '고용안정' 요구가 폭발한다. 문제는 이 악순환이 끝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노조의 파업은 이제 한국GM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몸부림이 아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건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고용보장이라는 당연한 권리다. 반면 한국GM은 초라한 내수판매와 수출에만 매달린 기형적 구조를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사실 판매량의 80% 이상이 해외 의존이라면, 언제든 GM의 전략 한 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구조적 취약성이 철수설의 단골 밑밥인 셈이다.

이번 파업을 한국GM 내부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본사인 GM은 전 세계 생산거점을 효율성 위주로 재편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늘 경쟁력 의심을 받는다. 노조는 물론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을 단순 조립기지로만 쓴다"고 꼬집는 이유다. 

투자 확대와 신차 배정을 요구하지만, GM은 수익성 악화를 핑계로 손을 내젓는다. 이 간극이 매번 협상 테이블에서 충돌을 낳고, 다시 철수설을 소환하는 고질적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다.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와중에 한국GM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기아와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는 배터리 생태계와 결합해 공격적으로 전기차 투자에 나서는데, 한국GM은 여전히 뚜렷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다. 산업 전환기에 전략적 투자를 미루는 건 곧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부평·창원 공장은 단순 공장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다. 여기에 차질이 생기면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주민 생계가 직격탄을 맞는다. 노조의 파업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산업정책까지 흔드는 사안이다.

한국GM의 파업은 결국 생존 논리 vs 고용 안정이라는 구도로 귀결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근본적 원인은 한국GM의 자가당착이다. 내수 기반 부재, 글로벌 본사의 소극적 투자, 전기차 시대 전략 부재. 이 3대 난제를 풀지 못하는 한, 노조의 파업은 반복되고 철수설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사 모두의 선택은 단순히 올해 협상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한국GM이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는 연례행사라는 이름으로 무책임하게 덮을 수 없는 시점이다. 철수설은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전략을 미루고 내수 기반을 외면한 결과, 한국GM 스스로 자초한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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