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 오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송사에 휘말렸다. 지난해 제품 안전성 문제로 110만대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을 단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집단소송 위기까지 맞닥뜨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오븐·레인지 화재 손해배상 소송(사건번호 5:24-cv-06837)에 대해 각하 처분을 내렸다. 전기 오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 외에, 제품 결함으로 화재가 났는지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명확한 입증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미국 소비자는 지난 2022년 12월 5일 삼성 오븐·레인지의 버너 조절 손잡이가 의도치 않게 켜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과실, 제조물책임, 보증 위반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소장에 △손잡이 작동 원인 △결함의 구체적 형태 △조사 내용 근거 △기존 경고 문구 및 추가 경고 △보증 조건 △위반 사유 등 핵심 사실관계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 소장은)가능한 모든 결함 이론을 담은 ‘주먹구구식 청구(kitchen-sink pleading)’"라며 "결함의 원인을 제조 과정 문제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정상적인 사용이나 2차적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보증 위반 주장과 관련해서는 "해당 제품의 보증 내용과 위반 사유, 사용 목적 부적합성 등은 물론 제품 구매 시 삼성전자의 기술적 조언이 바탕이 됐다는 점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제기한 ‘판매 전 제품 검사·시험 미이행’ 주장의 경우 펜실베이니아 주법상 독립적인 제조물책임 청구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청구 불가(with prejudice) 판결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과실과 제조물책임, 경고의무 위반, 보증 위반 주장 등은 소장을 보완할 때 1심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가 정해진 기간 내에 소장을 보완해 다시 제출하면 1심 절차는 다시 진행된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번질 수 있는 전례가 될 수 있어서다. 구조적 결함이 입증되면 피해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동시에 같은 결함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공통 사실관계를 근거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조물책임·보증 위반 인정 시 배상 규모 또한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뛸 수 있다. 특히 화재, 부상, 반려동물 사망 사례가 과거 리콜 보고 건수에 포함돼 있어 배상 청구의 범위가 넓어질 여지도 있다. 원고가 주장하는 ‘버너 조절 손잡이의 우발적 작동’이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진행한 전기 오븐·레인지의 대규모 리콜과 동일한 결함이기 때문이다. 리콜 대상 소비자 전반에 대한 집단소송 근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 오븐·레인지 110만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300건 이상의 사고 보고를 접수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실수로 손잡이를 돌릴 수 있어 화재 위험이 있고, 특히 레인지 위에 불에 잘 타는 물건이 있을 경우 위험하다고 리콜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이 제품 결함으로 판결이 날 경우 단순 배상 외에도 소비자 신인도 추락과 향후 판매 실적, 리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의 미국 시장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이미지에 실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별 소송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연간 수백 수천건에 달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일일이 대응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당 소송 역시 현지 법인을 통해 관련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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