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신경 손상과 염증·통증 개선에 태반 추출물을 사용한 경막외 약침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해당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정형외과 연구저널-척추 (JOR Spine, IF=3.4)'에 게재했다고 12일 밝혔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퇴행에 따라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압박돼 허리 통증, 하지방사통, 다리 감각 및 근력 저하 등이 유발되는 질환으로,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신경성 파행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관심은 물론, 고령자 일수록 수술 부담과 합병증 우려가 있어 안전한 비수술 치료법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으로 구성된 한의통합치료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한다. 이 가운데 약침은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체내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한약의 효능과 침 치료의 효과를 결합한 치료법이다. 척수신경을 감싸고 있는 경막과 척추뼈 사이에 약침을 주입하는 경막외 약침 치료는 신경 주변 염증과 통증에 집중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침 중 하나로 활용되는 자하거(紫河車; 태반 추출물) 약침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자하거는 인체 태반에서 추출한 생리활성물질 복합체(HPE)로, 항산화물질, 세포 재생 인자 등이 풍부해 조직 회복과 면역 조절에 뛰어난 효능을 지녔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보신(補腎), 보혈(補血) 등의 목적으로 활용됐으며, 현대에는 재생의학, 피부 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및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에 홍진영 박사 연구팀은 먼저 자하거 약침의 세포 수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통증 관련 감각 뉴런인 후근신경절(DRG) 뉴런에 산화 스트레스로 손상을 일으킨 후 자하거 약침을 2.5mg/mL와 5mg/mL 농도로 투여했다. 실험 결과, 뉴런의 생존율이 유의하게 증가, 축삭(신경섬유) 돌기 등이 성장했고, 통증 관련 단백질인 TRPV1, CGRP, IB4 등의 발현이 억제돼 자하거 약침의 진통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동물 실험에서는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한 실험 쥐를 대상으로 자하거 약침을 10mg/kg 및 20mg/kg 농도로 주 5회씩 4주간 경막외 공간에 투여했다. 그 결과,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M1형 대식세포 관련 인자(iNOS, TNF-α, COX-2)의 발현이 농도의존적으로 크게 억제됐다. 또한 항염 작용을 유도하는 M2형 대식세포 인자(ARG1, CD206)가 2배 이상 활성화되며 항염 효과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 증가된 통증 관련 유전자(Il1rn, Scn9a, CGRP, IB4 등)의 발현이 약침 농도에 따라 최대 2배 이상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된 척수 조직에서는 신경 재생 및 축삭(신경섬유) 발아에 관여하는 유전자(Bdnf, Ngf)의 발현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BDNF는 자하거 약침 비투여군 대비 약 6배, NGF는 3배 이상 증가하며 척추관협착증으로 손상된 신경 회복이 촉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 기능 회복과 안전성 평가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도출됐다. 보행 분석 등을 기반으로 한 운동 기능 평가에서 자하거 약침 투여군은 비투여군 대비 회복 속도가 뚜렷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한 통증 민감도 역시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반복적인 경막외 자하거 약침 투여에도 체중 변화, 간 수치 등에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아 안전성도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홍진영 박사는 “자하거 약침은 스테로이드 기반 주사 치료와 달리 부작용 우려가 적고, 신경 재생 및 염증 억제 등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향후 더 확대된 연구를 통해 추후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