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활한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제, V-리그는 어떻게 달라질까[MD더발리볼]

마이데일리
2018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KOVO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10년 만에 외국인 선수 규정이 크게 바뀐다. 여자부 2015년, 남자부 2016년부터 시행돼온 트라이아웃 제도가 사라진다. 2026-2027시즌 아시아쿼터부터 자유계약 제도로 전환된다. 외국인 선수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27-2028시즌부터 시행된다. 제도가 전환된 배경, 그리고 자유계약 제도가 V-리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봤다.

10년 만에 막 내리는 트라이아웃 제도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6월 24일 제21기 제7차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개최해 여러 안건을 논의했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내용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다. V-리그 14개 팀 단장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2015년부터 도입된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로 복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KOVO는 “최근 트라이아웃 참가선수들의 실력 하향, 대체선수 선발 어려움 등 트라이아웃 한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결정된 사안이다”고 밝혔다.

연봉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했다. 외국인 선수 남자부 1년차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2년차 이상 55만 달러 (약 7억6000만 원), 여자부는 30만 달러(약 4억1000만 원)로 정했다. 또 아시아쿼터는 남자부 1년차 12만 달러 (약 1억7000만 원), 2년차 15만 달러(약 2억 원), 여자부는 15만 달러(약 2억 원)로 연차별 상한 연봉 기준 내에서 운영하기로 한다.

동시에 페널티 규정도 신설했다. 선수 연봉이 상한선 이상의 초과 금액일 경우 해당 선수는 즉시 퇴출된다. 해당 구단은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보유권을 박탈당한다.

2015년부터 트라이아웃이 도입된 이유는 명확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외국인 선수 몸값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특히 남자부에서는 당시 연봉 상한선 28만 달러(약 3억9000만 원)였지만, 실제로 로버트랜디 시몬이나 괴르기 그로저 등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서 받은 연봉은 100만 달러(약 13억9000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구단끼리 과도한 경쟁을 펼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올랐던 것이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이른바 ‘몰빵배구’로 적지 않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구단 운영의 정상화를 꾀했다. 외국인 선수 연봉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국내 선수 경쟁력 향상과 유소년 배구 발전에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트라이아웃이 10년 동안 운영되며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한계와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폐지가 결정됐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각 팀에서는 국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한 팀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외국인 선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동시에 국내 선수들의 몸값이 상승했다. 세대교체가 더딘 현실 속에서 V-리그 최고의 자원들을 얻기 위해 또다시 각 구단들의 경쟁이 심화됐고, 국내 선수들이 세계 시장 흐름과는 동떨어진 보수를 받게 됐다. 올해 6월 1차 선수 등록 기준 1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선수는 남자부 KB손해보험 황택의(총 12억 원), 대한항공 한선수(총 10억8000만 원)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서는 팀 내 보수 상한선이 정해져 최대 8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강소휘와 현대건설 양효진이 나란히 보수 8억 원으로 ‘연봉 퀸’에 올랐다. 선수 몸값에 거품이 낀 셈이다.

해외 주요 리그에서는 이른바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게 기본적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아포짓 혹은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선수들이 비슷한 연봉을 받는다.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 이탈리아의 주전 세터 알레시아 오로가 올해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면서 연봉 9억 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국 선수들이 받는 보수는 지나치게 높다. 세계 배구 시장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구조다.

뿐만 아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저하도 제도 전환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는 “구관이 명관이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V-리그에서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외국인 감독들도 “이 정도 연봉이면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V-리그는 다른 해외 리그와 달리 외국인 선수 1명, 아시아쿼터 선수 1명만 보유 및 출전할 수 있다. 부상 선수가 발생했을 때 각 제도 안에서 대체 선수를 데려오는 과정 역시 어려웠다. 지난 시즌에도 대체 선수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아시아쿼터 혹은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를 운영한 팀이 나오기도 했다.

또 10년 전, ‘올바른 투자’로 국내 유소년 배구 발전에 힘을 쏟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질적으로 각 구단의 자발적인 움직임보다는 한국배구연맹에 의존하는 시스템에 머물렀다. 배구 저변 확대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구단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나 책임 있는 실천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K리그에서는 2008년 모든 구단이 연령별 유스팀을 운영하도록 유소년 시스템을 의무화하면서 풀뿌리 육성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K리그 구단들도 장기 투자를 꺼려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유소년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곧 리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V-리그도 외국인 선수 규정과 별도로 유소년 시스템 구축에 대한 구단 차원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 남자 프로배구 감독./KOVO2025년 여자 프로배구 감독./KOVO

자유경쟁의 시작

V-리그 흥행에 불붙나

이제 자유계약 제도 전환이 결정됐다. V-리그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현재 국내에서는 V-리그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리그 내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가 부족하다면 그 관심은 점차 식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제 전환은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변화다. 지금보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 혹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유입되면서 리그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트라이아웃 제도 내에서의 연봉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자부 외국인 선수는 1년차, 2년차 이상을 구분하지 않고 기존의 2년차 이상 연봉인 30만 달러(약 4억1000만 원)로 정했다. 임근혁 에이전트는 “여자배구만 놓고 봤을 때 튀르키예나 이탈리아 중위권 팀들이 지불하는 연봉 수준이다. 금액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 일정이나 부상을 당할 경우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와 달리 아시아쿼터에서는 여자부 연봉이 남자부 1년차 연봉보다 높다. 이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아시아권에서 남자배구는 중동 쪽에서도 배구가 활성화돼 있어서 선수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반면 여자배구는 중국, 일본, 태국 정도다. 여기서도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일본은 폐쇄적인 편이라 아시아권에서 여자배구 선수들의 몸값이 더 높다”고 전했다.

임근혁 에이전트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V-리그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V-리그는 돈을 쓰는 주요 리그 중 하나로 이미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도 V-리그를 잘 안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선수들도 관심이 더 생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이미 자유경쟁으로 활발하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한 팀에 5명 이상 보유를 해도 출전은 3명으로 제한된다. 일본도 2023년부터 SV.리그로 새 출발을 알리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SV.리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외국인 선수 규정이다. 이전까지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외국인 선수 1명, 아시아쿼터 1명을 영입하곤 했다. SV.리그 출범과 함께 그 수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3명, 아시아쿼터 1명 보유가 가능해졌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는 2명 출전으로 제한했지만, 2026-2027시즌부터는 3명 모두 출전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일본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일본 남자대표팀의 국제 대회 선전과 맞물려 자국 리그 인기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제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자유계약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 수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KOVO

당장 1년 뒤부터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이 시행된다. 프런트의 역량은 더 중요해졌다. 최근 외국인 사령탑들이 대거 V-리그로 유입된 상황에서 몇몇 구단에서는 외국인 감독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인 선수 영입 루트를 넓히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프런트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10년 전과 달리 해외 선수들의 영상이나 기록도 보다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오히려 트라이아웃이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면서 각 팀의 색깔과 전력에 맞는 선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리그 전체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되는 점도 분명 있다. 10년 전 트라이아웃이 도입된 결정적인 이유였던 선수 계약상 부정행위다. 또다시 웃돈을 주면서 외국인 선수 혹은 아시아쿼터를 영입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임근혁 에이전트는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아시아쿼터 없이 외국인 선수 2명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아시아 내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세금 포함 25만 달러를 지불해야 데려올 수 있다. 이게 합리적이다. 축구에서는 아시아쿼터가 폐지되고 있는 추세다”면서 “일본 여자배구리그는 동남아시아쿼터를 쓰고 있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유지되는 것이다. 이제 일본도 글로벌 표준으로 유럽 수준에 맞춰 시장을 열지 않나. 우리는 아시아쿼터 포함 2명을 쓰는 환경이라면 국적을 나눌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시대를 앞두고, 각 구단은 벌써부터 2026-2027시즌을 대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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