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 NCC' 부도 존폐 위기…DL '워크아웃' vs 한화 '1500억'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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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여수 2사업장. /여천NCC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 DL의 자금 지원 거부에 부도 위기 내몰리고 있다.

여천NCC의 50% 지분을 보유한 DL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하며 회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9년 4월 합작 이후 25년간 4조4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배당금 가운데 절반인 2조2000억원을 벌어 들인 DL이 15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DL그룹과 이해욱 회장의 무책임함에 대해 '모럴 해저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회사채 발행과 대출 등 자금마련 방안이 모두 막히면서 오는 21일까지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해졌다.

합작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 단독으로 불가능하며 여천NCC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천NCC 이사는 총 6명으로 한화와 DL이 각각 3명씩 지명하고 있다.

결국 DL 측 반대로 인해 한화 단독으로 1500억원의 자금 대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DL이 계속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 오는 21일 디폴트(채무불이행·부도)를 실행해야한다.

한화그룹은 여천NCC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 또한 석유화학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DL그룹은 여천NCC 회생 보다는 사실상 고의 부도를 내기 위해 워크아웃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까지 나서 DL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DL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여 여천NCC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참석해 여천NCC는 회생 가능성이 없으므로 워크아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여천NCC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며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 반대했다. 이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간다. DL그룹은 여천NCC랑 원료공급 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 측 관계자는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생을 적극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한화 측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내달 디폴트 위험을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여천NCC 공장 가동 정지로 연간 약 9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DL의 반대로 못하고 있는 원료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 등 추가 자구책 마련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DL 측은 완강히 반대하며 워크아웃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외환위기(IMF) 여파로 석유화학업계가 통폐합과 대형화에 집중하던 중 각자의 NCC를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각 1000억원씩 출자해 2000억원 규모로 증자했다.

하지만 누적 손실로 인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맞닥트리며 현재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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