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카카오·KT는 빠졌나”… 전략 미스로 놓친 AI 국가대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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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AI 국가대표’ 최종 5개 기업 명단에서 카카오와 KT가 제외됐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정부가 발표한 ‘AI 국가대표’ 최종 5개 기업 명단에서 카카오와 KT가 제외된 배경을 두고 외국 기업에 의존하거나, 차별성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와 KT 모두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국내 대표 IT 기업이지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 AI 고유의 ‘독창적 기술력’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날 선정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기업에 카카오와 KT가 탈락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15개 프로젝트 참여 기업 중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등 5개 팀을 정예팀으로 우선 선정했다. 이들은 연말까지 추가 선별 과정을 통해 향후 6개월에 1곳씩 탈락 업체가 정해지고, 2027년에 최종 2개 팀이 확정된다.

총 2000억원 규모의 GPU·데이터·인건비 등 전방위 지원이 제공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 과제로 추진됐다.

반면 정부 선정 결과 발표가 이뤄진 이후부터 카카오와 KT의 탈락을 두고 해당 기업은 물론 업계 안팎에서 ‘충격’이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KT 새노조의 경우 “경영 참사”라며 날선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KT 새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김영섭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취임 후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외치며 본업인 통신사업을 사실상 외주화하고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국가 과제 탈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이어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그 과정에서조차 AI 투자와 인재 확보는 없었다”며 “MS와의 불투명한 계약, 부동산 매각 추진, 통신망 인력 축소 등 주가 부양에만 몰두한 행보 역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선 KT가 고배를 마신 것을 두고 외국 기업과의 협업이 되레 ‘화근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KT는 자체 언어모델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솔트룩스·크라우드웍스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다양한 공공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기술 인프라 상당 부분을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 협업 비중이 높았던 점에서 정부의 ‘독자 기술 기반 소버린 AI 전략’과는 방향성이 어긋났다는 평가가 있다.

카카오는 일본어·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카나나 1.5’를 공개하며 자체 기술력을 강조했지만, 서비스 전략은 카카오톡 기반 챗봇에 국한됐다. 오픈소스 생태계 기여도, 산업·공공 확산 계획, 대규모 연합 전략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앞으로도 AI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와 기술 주권 확립에 기여해 갈 계획”이라며 “에이전트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로 ‘모두의 AI’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선정된 5개 팀은 기술력뿐 아니라 독립성이 두드러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트웰브랩스, 서울대, KAIST 등과 협력해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을 통합하는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전 국민 체험형 AI 서비스와 글로벌 수출 플랫폼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등과 함께 풀스택 AI 생태계를 조성하며, 자체 LLM ‘에이닷엑스(A.X)’를 바탕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최적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왼쪽부터)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영섭 KT 대표. /마이데일리 DB

NC AI는 54개 산학연이 참여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별 특화 모델과 ‘도메인 옵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을 기반으로 오픈소스 중심의 프런티어 AI 생태계 확산에 나선다.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자체 모델 ‘솔라 프로2’로 글로벌 프런티어 톱10에 선정됐고, 금융·헬스케어 등 실사용 기반 전략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대기업·스타트업 안배 없이 실력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연말 1차 평가를 시작으로 6개월 마다 1개 팀씩 탈락시켜 최종 2개 팀만을 생존시킨다는 계획이다. 평가 항목은 성능 벤치마크, 산업 활용 계획, 대국민 체감 서비스 구성 등 종합 지표로 구성된다.

탈락한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다른 AI 관련 사업을 통해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데이터 구축·GPU 지원 등과 연계한 별도 공모 트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정부가 요구하는 AI 전략의 방향성과 적합성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됐다”며 “카카오와 KT 모두 기술력은 충분했지만, 전략의 설계와 정책 대응력이 부족했던 점이 당락을 갈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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