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현대차그룹, 美친 판매량에도 웃을 수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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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현대차그룹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 진출 39년 만에 누적 판매 3000만 대를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로 상반기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 악재까지 겹치며 벼랑 끝에 선 형국이 됐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7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누적 3010만7257대를 판매했다. 브랜드별 현대차가 1755만2003대, 기아가 1255만5254대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한 1986년 이후 39년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 브랜드가 아닌 수입차로서 미국 시장에서 누적 3000만대 기록을 세운 브랜드로는 폭스바겐, 도요타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세 번째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기록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보다 최대 15년 더 빠르다. 같은 기록을 세우는 데 토요타와 혼다는 각각 54년, 47년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략을 토대로 미국 내 존재감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오는 7일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 확대 △현지 판매 가격 정책 유지 등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센티브는 줄이고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지 생산 확대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Wards Auto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대차·기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39.6%, 44.5%로 포드(99%), GM(64%), 혼다(72%), 토요타(54%) 등 주요 경쟁사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현대차그룹의 현지 전략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다. 현지화 전략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에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지위 등 근로자와 직접 관련된 요건 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까지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에 포함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국내 생산 축소에 반발한 노조가 이 법을 근거로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 진출 필요성에 따라 현지에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노조가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간주되던 정리해고, 구조조정, 영업양 조정 등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될 경우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청 노조들까지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과의 직접 교섭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품 조달처가 해외로 이전될 경우 이에 반발한 하청 노조는 부품 현지조달 정책을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간주하고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노조를 자극하며 파업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위한 결정마다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고 시기를 놓친 채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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