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가 테슬라로부터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간 적자행진을 이어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재도약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첫 대형 성과이자, 그가 2019년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비전의 실질적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nm AI 칩, TSMC 제치고 삼성 낙점…공급 단가는 최소 22조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 기반 'AI6'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이 칩은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의 핵심 부품으로, 기존 AI4는 삼성 평택, AI5는 TSMC가 생산했지만, AI6는 삼성 단독 수주로 낙점되며 파운드리 업계 판도에 균열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공시에서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테일러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해 사실 관계가 드러났다.
머스크는 "165억달러는 최소 규모"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커질 수 있다"고 언급,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내비쳤다.
◆사법리스크 털어낸 이재용, 첫 실질 성과…"뉴삼성 본격 시동"
이번 계약은 단순한 대형 수주를 넘어, 이재용 회장이 2019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의 후속 실천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 회장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파운드리 포함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수율 문제, 대형 고객 이탈, TSMC 독주 등으로 삼성 파운드리는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으며 연간 수조원대 적자를 이어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7.6%, 삼성전자는 7.7%에 그쳤다.
그럼에도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2nm·3nm 선단 공정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 내재화를 지속해왔다. 이번 테슬라 수주는 그간 수율 개선 노력과 기술 투자의 결과물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특히 이 계약이 이재용 회장의 무죄 확정 이후 단 11일 만에 발표된 첫 대외 성과라는 점에서 '뉴삼성'의 방향성이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실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 관세 협상 지렛대 될까…테일러 공장 가동에도 탄력
이번 계약은 통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테슬라 AI6 칩 생산은 삼성의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 실현을 의미하며,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는 '반도체 현지 생산' 정책에 부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내 선단공정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공장은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과 TSMC의 애리조나 공장 두 곳뿐이다. 이 가운데 테일러 공장은 완공 이후 주요 고객 부재로 가동 시점이 미뤄졌지만, 이번 테슬라 수주로 가동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일각에선 내달 예정된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발표(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이번 계약이 한국 정부의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미 통상 협상에서 일본·EU 사례처럼 '미국 내 투자 확대'가 관세 인하의 설득 근거로 작용한 전례가 있다.
◆"실적보다 더 큰 의미…추가 수주 가능성 주목"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이 삼성전자의 매출 기여보다도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과 파운드리 이미지 회복 측면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계약 금액 자체도 크지만, 수율 논란과 고객 이탈 등으로 약세였던 삼성 파운드리가 다시 글로벌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TSMC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선단공정에서 의미 있는 계약을 따냈다는 점에서,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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