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경제계가 최근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대외 통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국내 규제 입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9일 ‘내우외환 한국경제,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8단체는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놓여있는 우리 경제는 올해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초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대미 통상 협상 결과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기업들에게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관세 협상의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승자박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상법 추가 개정은 사업재편 반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 역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도 쟁의 대상에 포함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훼손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국회가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기업들이 외부의 거센 파고를 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부디 불필요한 규제를 거두고, 개정안들을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진보당과 함께 고용노동부와 당정 간담회를 거쳐 도출한 법안을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 잇달아 올려 심사·의결했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노랑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하청 업체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했다. 노동쟁의 범위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넓혀 임금 체불 등 권리 분쟁에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또한 개인의 귀책 사유와 정도에 따라 차등 판단하도록 하는 ‘손해배상 책임 차등화’ 조항도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여러 표를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게 된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주주 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은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2차 상법 개정안에 담겼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달 4일 예정된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야당과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인들도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 통과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환노위 위원들은 표결에 앞서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중도 퇴장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의)실상은 사용자의 책임을 비정상적으로 확대시켜 노동 현장을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명백한 ‘갈등 조장 악법’”이라며 “기업이 떠난 나라에서 노조법 개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이라며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민주당이 표결로 이를 종료시킬 수 있어 오는 4일 상정되는 첫 번째 쟁점 법안은 다음 날 여당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ECCK는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은 노동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교섭 거부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넓은 사용자 범위는 하도급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법적 예측 가능성을 약화하며, 노사 간 건설적 대화보다 대립과 투쟁을 우선시하는 노동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2조가 현재와 미래 세대의 고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바,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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