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2루수→1루수→외야수까지…롯데가 상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원동력, 고승민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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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롯데 고승민이 3회초 1사 2루서 안타를 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했어요"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을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고승민은 지난해 120경기에 출전해 148안타 14홈런 87타점 79득점 타율 0.308 OPS 0.83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고승민은 탱크' 박정태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 2루수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롯데의 주전 2루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홈런 개수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고승민은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전반기 막바지 자리를 비웠었으나, 건강을 되찾고 돌아온 고승민은 최근 5경기에서 8안타 2홈런 3타점 5득점 타율 0.381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단 하루였지만, 롯데가 고승민의 콜업을 서둘렀던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고승민은 성적 외적으로 롯데에 큰 힘이 돼 왔었다. '윤고나황'의 부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시기, 고승민은 유일하게 1군 엔트리에서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확실한 주전 2루수로 발돋움했지만, 고승민은 팀이 필요할 때에면 1루 미트는 물론 외야 글러브를 끼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고승민은 좌익수 한차례만 제외하면 줄곧 2루수로 뛰었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쏟아져나온 6월부터는 '주 포지션'인 2루수보다는 1루 미트를 더 많이 꼈다. 필요할 때면 경기 중반 외야수로 포지션을 옮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동안 좋든 싫든, 여러 포지션을 경험해왔던 것이 고승민과 롯데에게 큰 힘이 된 것이었다. 덕분에 롯데는 '부상자 속출'이라는 큰 위기를 극복해냈다.

'멀티포지션'은 고승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사실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것"이라며 "내가 아니더라도 (정)훈이 선배님이나 또 좋은 선배들도 있고, 좋은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도 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 솔직히 지금도 완벽한 수비 위치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어렸을 때 한 번씩 했던게 멀티포지션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제 부상자들이 다 왔기 때문에 나도 자리를 찾아서 잘 한다면, 우리 팀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게 좋지만, 부상자가 생길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스포츠가 야구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멀티포지션을 하면, 개인에게나 팀에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각자의 위치 맞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롯데 자이언츠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고승민이 1회말 1사 1,3루서 양석환의 땅볼때 1루 주자 케이브를 포스하웃한 뒤 공을 1루로 던지고 있다./마이데일리

롯데는 최근 5연승을 질주했지만, 고승민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탔었다. 그만큼 팀이 위기 상황에 처했었고, 고승민도 하루빨리 돌아오고 싶었다. 특히 롯데의 '젊은 피' 이호준과 박찬형, 한태양 등이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뿌듯하지만, 한편으로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고.

고승민은 "조바심이 났다. 빨리 오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해줘서 좋았던 것 같다"면서도 "'내가 저기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은데, 잘 치고 싶은데'라는 마음도 있었다. 이건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서 좋은 시너지가 나오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나도 잘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동생들도 잘해서, 팀이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시너지 효과도 느낀다고. 고승민은 "오히려 좋다. (박)찬형이라든지 동생들이 올라와서 잘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모든 선수들이 힘들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하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상동의 분위기도 전했다. 고승민은 "정말 많이 변했다. 나도 어리지만, 더 어렸을 때에는 시키는 것만 했다. 그런데 요즘엔 '이렇게 하면 나도 1군 갈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더라. 동생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기에 다른 후배들도 그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이번에 다녀왔지만, 동생들이 거침없이 질문도 하고, 운동도 더 찾아서 하더라. 내가 조금 나이가 많은 형으로서 알려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알려줬다"고 웃었다.

롯데는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면서, 2위 LG 트윈스와 격차를 2경기로 좁혔고, 4위 KT 위즈와는 3경기로 늘렸다. 고승민은 "지금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하는 경기를 이기는 게 중요하다. 하나씩 이기다 보면, 순위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우리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다른 팀에 쫓기는 것보다는 마음 편히, 재밌게 즐기면 순위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2025년 7월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롯데 고승민이 1회초 1사 후 솔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2025년 7월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롯데 2루수 고승민이 1회말 2사 2루서 키움 최주환의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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