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둡고 컴컴한 공장. 사람 한 명 없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생산라인을 상상해보자. 샤오미가 운영하는 이른 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는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공간이다.
인공지능(AI), IoT,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해 사람의 손길 없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 이름 그대로 사람도 조명도 필요 없어 '불 꺼진 공장'으로 불린다.
중국 창핑에 위치한 샤오미의 스마트팩토리는 현재 1초에 1대 꼴로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연간 1000만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양산하는 이 공장은 생산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냉난방이나 휴식 시간에 드는 운영비를 최소화하며 극한의 효율을 자랑중이다.
놀라운 점은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이제 한국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샤오미는 최근 '샤오미 15' 시리즈를 앞세워 한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110만~170만원 대에 달하는 이 제품은 단일 기종으로는 샤오미 스마트폰 사상 국내 최고가다.
그동안 '가성비폰'으로 인식돼온 샤오미가 삼성과 애플이 장악한 하이엔드 시장에 정면 승부를 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 불 꺼진 공장이 있다.
다크팩토리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화 설비를 통한 품질 관리 강화, 대량생산과 공급망 효율화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만든 핵심 동력이다. 사람의 개입 없이 정밀한 공정을 수행하는 설비는 오히려 제품 신뢰도를 높인다.
샤오미가 지금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보다 낮은 제조 원가와 향상된 품질이 결합된 만큼,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샤오미의 기술 경쟁력을 받쳐주는 건 단지 민간기업의 생산혁신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AI, 반도체, 자동화 설비 등 전략산업 전반에 연간 수십조 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유망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 지역 클러스터 중심의 인재 유치,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까지 '될성 부른 떡잎을 골라 키우는' 방식은 이미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불 꺼진 공장은 바로 그 구조적 결실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은 분산된 예산 구조와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 속도나 집중력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화와 AI 제조 역량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정책 실행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샤오미 15 시리즈를 실제로 사용해본 소감은 꽤 인상적이다. 특히 카메라 성능은 필자의 아이폰 16 프로와 비교해 색감 표현력이나 야간 촬영 선명도 등에서 앞선 느낌이다. 보정이 과하지 않고, 세밀하게 잡아내는 디테일은 '이게 정말 내가 아는 샤오미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여유만 있다면 세컨드폰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진 촬영이 잦은 사용자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라면 '손안의 디지털카메라'로서 역할도 해낼 수 있다. 발열과 배터리 성능도 안정적이어서 일상용 보조기기로 적당하다.
물론 아직 한국 시장에는 높은 장벽이 있다. 탄탄한 브랜드 충성도, 통신사 중심의 유통 구조, A/S에 대한 신뢰 문제는 여전히 샤오미가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다크팩토리를 기반으로 한 생산력, 정부의 정책적 밀어주기, 기대 이상의 실제 성능까지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한 '가성비폰'이 아닌, 기술과 전략이 결합된 '위협적인 대안'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단순한 디자인 경쟁이나 사양 싸움을 넘어 제조 혁신과 정책 리더십, 그리고 생태계 전략까지 포함한 복합 전장이 됐다. '불 꺼진 공장'에서 시작된 조용한 변화는 어느새 한국 시장 한복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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